'러·일전쟁의 상징'이었는데 … 우호 바람타고 1세기만에'본국 여행'
   
▲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8일 인천 연안부두의'러시아 바리야크 함정 추모비'를 둘러보고 있다. 이 추모비는 지난 2004년 인천시와 러시아가 건립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1904년 2월 인천 앞바다에서 제국주의 러시아와 일본 함대가 충돌했다. 당시 러시아 바리야크(Varyag)함은 침몰했다. 러시아 함정인 코레츠(Koretze)함과 함께 일본에게 전리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자폭했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일본에 의해 수거됐고,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인천시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시절(2009년) 이 깃발을 9개월간 우호차원에서 러시아에 빌려줬다. 송영길 시장도 우호증진을 위해 G20 회의에 즈음해 이번에 새로 2년간 임대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왜 해묵은 제국주의의 증거물에 러시아가 그렇게 애착을 갖나. 인천시는 왜 '깃발'을 빌려주나.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러시아 함정 바리야크함 깃발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은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소월미도 앞바다)에서 자폭한 러시아 함정 바리야크함 깃발의 러시아 전시를 위해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에 대여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이 인천시립박물관에 바리야크함 깃발 대여를 요청해 이뤄졌다.
대여기간은 오는 11일부터 2012년11월11일까지 2년간이며 러시아 중앙 해군박물관에 전시된다.
바리야크함 깃발에 대해 시립박물관은 1904년 2월 러일전쟁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함대와 전투(제물포 해전)를 벌인 뒤 자폭한 러시아 함정의 깃발이라고 정의했다. 또 바리야크함은 같은 러시아 제정인 코레츠함과 함께 일본에게 전리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자폭했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적에게 항복하지 않고 자폭을 택한 것을 두고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고, 이 깃발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관심이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지난해 7월부터 금년 3월까지 러시아 7개 도시에서 시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러일전쟁 관련유물 14점과 함께 대여됐다.
시립박물관은 "최근 러시아에서 바리야크함 깃발을 다시 대여해 줄 것을 요청해 인천과 러시아의 우호관계 증진과 교류협력 확대의 차원에세 깃발 대여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시정일기를 통해 "지난 10월18일 러시아 대사가 바리야크 함대 깃발 전시문제로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송 시장은 또 "러시아 메디베데프 대통령이 G20 참가차 한국을 방문하고 많은 러시아 고위관료, 해군 관계자들이 방한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 "인천과 러시아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2년간 임대 순회 전시할 계획을 추진하여 중앙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며 바리야크함 깃발 러시아 대여를 사실로 확인했다.

   
 
이를 송 시장은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때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절 미해군사관학교에 보관 중이던 1871년 신미양요 때 침탈해간 어재연장군의 '수' 깃발을 136년만에 장기임대방식으로 가져온 바 있다"며 바리야크함 깃발과 어재연장군 '수' 깃발의 대여 의미를 동일시했다.
바리야크함 깃발에 대한 러시아 임대를 통해 시는 '얻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인천과 러시아의 경제적 협력을 기초로 우호·학술교류 등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러시아가 소장 중인 한국 유물과의 맞교환 등에 대한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바리야크호 깃발과 한국 독립운동 유물의 맞교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원론적 입장에 "다만 러시아 측이 한국관련 유물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니 앞으로 우호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이 가진 한국의 유물들을 빌려와 전시를 개최할 구상은 하고 있다"는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한반도 침략 과정에서 열강과의 다툼으로 벌어진 바리야크함 깃발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성의있는 '사과'가 전제돼야 함은 분명하다. 1904년 한반도와 2010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기운은 변함이 없다.
송 시장은 이에 대해 "제2의 청일전쟁, 러일전쟁, 미중전쟁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한·미·일 3각 동맹만을 강조하면서 중국, 러시아와 소원하거나 남북분열상태를 강화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
 

■ '깃발 임대' 이렇게 본다


"인천 앞바다 '평화의 바다'로 만들터"

송 영 길 인천시장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은 지난 8일 시청홈페이지 '시정일기'를 통해 러시아 깃발 반환과 관련된 마음을 털어 놓았다.
다음은 시정일기의 일부다.
'김대중 대통령님 말씀이 기억난다. 햇볕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4대강국 어느쪽과 적이 되지 말고 다같이 잘 지내자는 것이다. 제2의 청일전쟁, 러일전쟁, 미중전쟁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한미일 3각 동맹만을 강조하면서 중국,러시아와 소원하거나 남북분열상태를 강화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천시장으로서 다시는 우리 인천 앞바다를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그리고 남북간의 전쟁의 장이 되지 않고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가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뼈아픈 교훈의 증거 … 영구임대 안돼"

조 우 성 인천시사편찬위원


"염치가 없다."
조우성 인천시 시사편찬위원·향토사학자는 "바리야크함 깃발은 러시아 쪽에서는 국가의 명예를 지킨 상징물이지만 우리에게는 구한물 서구 제국주의에 침탈 당했던 뼈아픈 상징물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땅에 두고 두고 후손들에게 물려 주면서 다시는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역사적 상황을 당하지 않게 교훈을 주는 증거물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여는 얼추 이해하겠지만 영구임대는 말이 안된다." 조 위원은 일갈했다.
조 위원은 "일본 도까이 대학의 교수가 러일전쟁에 대해 최종 표적은 한국의 병합이라고 말했다"며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목적이 조선 차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인 만큼 우리가 이러한 역사를 결코 잊으면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가리고 러시아가 깃발 대여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 조 위원은 분노했다.
조 위원은 "지역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친해져야 한다는 어이없는 논리를 펴고 있는 의견이 있다"며 "마치 구한말 친러파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선을 무시한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전한 깃발을 달라고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짓이고 이것을 주겠다고 지역에서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꼬집었다.



"대여 계기 대학·투자 유치 등 효과 커"

조 동 암 인천시 문화체육국장


"러시아와 문화교류를 통해 앞으로 경제와 교육 등 점진적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러시아 함정 바리야크함 깃발 대여를 앞두고 인천시로서는 향후 얻게될 유·무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약탈'이 아닌 '습득' 문화재인 만큼 인천으로서는 이를 계기로 러시아 대학 유치와 송도국제도시 투자 문제, 인천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와의 자매결연 등이 예상된다.
조동암 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9일 "G20 서울 정상회의를 맞아 러시아에서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해군 고위급의 인천 방문이 예상된다"며 "이를 계기로 바리야크함 깃발이 인천시박물관으로부터 상징적으로 러시아에 대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바리야크함 깃발은 오는 11일부터 2012년 11월11일까지 2년간 러시아 중앙 해군박물관에 임대·전시된다.
조 국장은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한국 유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리야크함 깃발 임대를 통해 러시아에 존재하는 유물 파악 등의 후속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