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비서는 헐렁한 파자마 차림으로 콩 탯자(太字)로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수건을 올려 놓은 복부에서는 꼬물꼬물 김이 피어올랐다. 뜨거운 물수건으로 몇 차례 찜질을 한 뒤끝이어서 그런지 가슴팍 전체가 불그레하게 상기되면서 혈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죽은 세대주 같으면 그새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에 곯아떨어졌을 시각인데도 부비서는 파르르파르르 눈꺼풀을 떨어대며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방바닥도 지글지글 끓고 안온한데 사람이 어케 긴장을 풀지 못하고 굳어 있을까?

 복순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부비서의 거동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머리맡에 매달려 있는 알전등 빛이 그의 동공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복순은 그때서야 부비서의 동공이 그렇게 밝지도 않은 알전등 빛마저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한 약시가 분명했다.

 결혼 전, 이글거리던 햇빛 아래서도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당 사업에 앞장서던 오빠의 모습은 어데로 가고, 흐릿한 30촉 알전등 불빛 아래서도 눈 한 번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한다는 말인가?

 복순은 몰라보게 쇠약해진 부비서의 모습이 안쓰러워 깨끗하게 씻어놓은 수건은 반으로 접어 눈두덩을 덮어 주었다. 부비서는 그때서야 시신경을 자극하는 빛이 사라져 편안한지 전신을 복순에게 내맡겼다. 복순은 그의 왼쪽 다리 옆에 붙어 앉아 허벅지 근육을 안마했다.

 『오빠, 집에는 왜 안 들어갑네까?』

 『교통이 불편해 다녀오기도 힘들구…모처럼 집이라구 한번 찾아가면 안식구라도 있으면 좋은데 늘 나를 반겨주는 건 썰렁한 빈 방 뿐이야.』

 부비서는 자기 가정의 속사정을 내보이는 것이 가슴아픈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언니는요?』

 『원래 나다니기 좋아하는 에미나인데다 구역 려맹위원장 자리까지 맡고 있으니까니 집에 있을 시간이 없디….』

 『당적 신임이 워낙 높은 분이니까니 기거야 오빠가 리해하셔야디요.』

 『기래도 려자가 좀 곰살궂은 구석이 있어야디. 당 사업에 바빠 두어 달 만에 처음 집에 들어가두 세대주 잠자리 걱덩은 해주디 않구 아 새끼 속썩인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골티만 아프게 한다니까.』

 『기거야 오빠가 세대주인데 리해해 주셔야디요…아이들은 몇을 두셨시오?』

 『아 새끼라야 열 다섯 살 먹은 사내 새끼 하난데 기게 길케 속을 썩이구먼….』

 『아니, 오빠! 오빠가 그 언니하고 결혼하신 지가 몇 년 되셨는데 벌써 열 다섯 살 먹은 아들이 있단 말이야요?』

 『안식구가 아이를 생산하지 못해 애육원에서 하나 데리고 와서 키웠어.』

 『에그머니나! 어카다 길케 됐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