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2-4 한국 VS 일본'자동차 전쟁'중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 시내에 한국자동차가 넘쳐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리아 정부가 개혁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외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산 자동차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쌍용차, 지엠대우차 등 다양하다.
예전 중고차 위주에서 최근 신차 중심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자동차 시장을 점차 장악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장악하던 일본과 유럽차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 시리아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인기가 뜨겁다. 신차 시장의 70% 정도를 장악할 정도다. 시리아뿐만 아니라 레바논과 요르단, 이라크까지 한국산 자동차가 수출되고 있다.


2010년 중동에서는 한국자동차와 일본 자동차간 전쟁이 한창이다. 이란에 이어 중동 최대 시장인 시리아가 바로 그곳이다.
도요타와 닛산, 미쓰비시로 대표되는 일본차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동지역 자동차 시장의 맹주였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산 자동차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시리아는 물론 레바논과 요르단까지 일본자동차와 유럽산 자동차가 사실상 점령한 상태였다.
최근 들어 이곳에 한국산 자동차가 진입한 것이다.
시작은 엉뚱한 곳에서 출발했다.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이라크에 대거 수출된 중고자동차를 이라크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이들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한국산이란 낯선 이름의 자동차가 대거 나타난 것이다. 비록 중고자동차지만 트럭을 중심으로 점차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시리아 사람들의 외국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확실히 구분돼 있었다. 일본과 유럽은 명품 자동차로 통한다.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 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단순히 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대유적의 보고인 시리아의 특성에 맞춰 유적발굴 지원은 물론 박물관 건립 등의 문화 사업에 적극적이다.
미국 자동차도 상당수 들어와 있지만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엑셀 한번 밟을 때마다 1달러씩 날아간다"며 한마디로 '기름 먹는 하마'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후발주자로 중국자동차인 '창허'가 진출해 있지만 현지에서는 싸구려 자동차로 통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동지역 정서상 타고 다니면 좀 창피하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 시리아 거리 곳곳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자동차는 어떨까.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국가인지도와 비슷하다.
가이드를 맡은 무하메드씨는 한마디로 한국산 자동차를 정의한다. "명품은 아니지만 가격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라는 것이다.
실제 이곳의 자동차 가격은 만만치 않다. 관세가 200%가 넘어 한국산 자동차의 웬만한 가격은 2천만 원을 넘는다. 그래도 유럽이나 일본산보다는 1만 달러 이상 저렴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의 신차가 이곳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시리아 수출품 중 단연 일등은 자동차다. 전체 수출품의 61%(2009년)을 차지할 정도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수입차 시장의 절반정도를 한국자동차가 점유하고 있다. 시리아 주재 외교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판매되는 신차시장에서 3분의 2 이상이 한국산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거리에서도 신차들은 현대기아차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본과 유럽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월등해 지면서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그만큼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또 하나의 경제전쟁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한 전자제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엘지로 대표되는 한국 휴대전화와 전 세계 점유율 일등인 노키아와의 승부다.
아직 스마트폰이 공급되지 않은 이곳에서는 저가 휴대전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실정으로 노키아의 저가제품이 대세다. 실제 전자제품 상점마다 노키아 위주로 휴대전화 판매하고 있었고 한쪽에 삼성과 엘지 제품이 보이는 정도다.

 

   
▲ 시리아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의 이라크 재수출을 위해 산업단지까지 조성해 매일 이라크로 자동차를 실어나르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현지진출이 활발하다. 쿠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국교 수립이 안 된 나라지만 삼성전자와 시리아 STE(Syrian Telecom Est.)간 합작 회사인 STE-Samsung 1995년 설립됐고, 지난해에는 LG 전자 레반트 법인(암만 소재)의 '다마스커스 지사'가 들어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시리아 주재 KOTRA 사무소가 문을 열기도 했다.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일본제품이 점령한 시장에 뒤늦게 한국제품이 끼어드는 양상이다. 하지만 TV와 냉장고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고 에어컨 시장은 일본과 거의 대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역수치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7년 시리아의 최대 수입국은 러시아다. 이어 중국과 이탈리아, 일본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일곱 번째 수입국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한국과의 교역량이 몇 배씩 급증하면서 일본과 유럽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시리아=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