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 공정한 재판진행
   
 


지금부터 7년 전 이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비판사로 법원에 들어와 이제 업무에 겨우 익숙해지려 할 무렵 함께 근무하는 배석판사로부터 다른 부 부장판사님께서 초대를 하셨다는 말을 듣고 그 방으로 가게 됐다.

부장판사는 갑자기 떡이 많이 생겼으니 함께 나눠 먹자고 했다.

'이게 웬 떡?'이라는 기꺼움보다는 '이게 무슨 떡일까?' 하는 호기심이 더 앞섰는데 그 부장은 사건 당사자가 보내 온 떡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사건 당사자가 보내 온 떡을 이렇게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얼핏 하면서도 얼른 떡을 베어 물었다.

그런데 좀 더 설명을 들으니 얼마 전 오래 동안 치열하게 다퉈 온 민사 사건 판결을 선고했는데 패소한 당사자가 "재판을 너무 공정하게 잘 진행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떡 한 상자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부장은 웃으면서 "패소한 당사자로부터 받은 떡이니 먹어도 괜찮겠지요?"라고 말했고 조금 전 했던 생각은 '이 떡에 뭐 넣은 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잠깐 바뀌었다.

물론 그런 철없는 우려와는 달리 떡은 참 맛 있었고 그 날 잠깐 동안 이뤄졌던 모임은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2년 간 단독판사로 직접 재판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데에서 나아가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형성되는 심증은 부지불식간에 재판 진행에 반영되게 되고 심증과 다르게 주장하는 당사자 또는 피고인을 볼 때 일순 '왜 이렇게 쓸데없는 주장을 하나',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하는 생각에 인상을 쓸 때도 있다. 더욱이 재판은 본질적으로 일방 당사자에게는 유리한 결과를 일방 당사자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의미한다.

불리한 결과를 받은 당사자는 재판에 대해 불만을 품기 마련이고 재판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사소한 일조차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 반영된 것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패소 당사자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받은 그 부장님께서는 정말 어떻게 그 사건 재판을 진행하신 것일까 하는 생각이, 7년이 지난 지금도 든다.

올해 초 모 지방변호사회에서 법관을 평가했다며 우수 법관들의 명단을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 평가가 얼마나 정확할지는 알 수 없으나 명단 가운데 그 부장판사의 성함도 찾을 수 있었다. 과연!

인천지방법원 판사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