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보이고 몸 안움직여도 도전 … 좋은 성적


 

   
 

지난 31일 열린 제12회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바둑판 위에서 기적을 일구는 이들이 있었다.

떨리는 손이 바둑판 한켠을 가리켰다. 손을 따라 한 자원봉사자가 착점에 돌을 놓는다. 고개를 끄덕인 신민정(21·여·사진)씨는 날카로운 눈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신씨를 둘러싼 관전자 10여명은 숨을 죽이고 다음 수를 기다린다. 관전자들은 제각각 다양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지켜봤다. 한 참가자는 "몸도 가누기 힘든 사람이 대단하다"라고 감탄했다.

신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다보니 바둑판을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겹다. 자원봉사자가 항상 붙어서 돌을 놔줘야만 했다.

신씨는 다리나 팔에 장애가 있는 다른 참가자보다 불리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성 중급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5승 1패. 높은 성적이었지만 더 강한 참가자가 있었다.

신씨는 "지난 2008년 대회에서는 우승했었다"라며 "올해 우승한 뒤 여성 최강자전에 도전하려 했지만 준우승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둑판을 손으로 '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송중택(50)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바둑판 위에 손을 얹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촉감이 송씨의 '눈'이었다.

오돌도톨한 바둑판과 바둑돌이 송씨의 수를 이끌었다.

송씨는 전국장애인바둑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매년 대회를 열며 내빈을 상대로 '친선바둑'을 두던 송씨는 오랜만에 대회에 직접 참가했다.

송씨의 기력은 4~5급정도. 쉽게도 갑조 8강에서 떨어졌다. 송씨는 "항상 손님을 대하며 바둑을 두다보니 실력이 떨어졌다"라며 "시각장애인용 바둑판이 있으면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