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것은 복순이가 가련해서 흘리는 후회의 눈물은 아닐 것이다. 복순이와 혁명가정을 꾸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엉뚱한 구석에다 인생 전체를 내걸고 헐떡거리다 금쪽 같은 시간만 내버리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불구 공산 당원의 자기 인생에 대한 연민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가슴속에 뭉쳐져 있는 그런 응어리를 누구에게 내보이며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선배나 후배 당원들 앞에서 자신이 그런 모습을 조금만 보여도 『동무는 패배주의에 물들어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소…』 하면서 마치 큰 과오라도 저지른 것처럼 거침없이 비판의 화살을 내쏘며 부비서 자리를 넘볼 테니까 말이다. 그는 또다시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빠, 갑자기 와 기럽네까?』

 복순은 부비서의 한숨 소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아 안타깝게 물었다.

 『내래 몸을 다친 이후부터는 가끔씩 섧은 마음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이럴 때가 있단다. 복순이 넌, 이상하게 생각디 말라….』

 『오빠가 마음이 괴로워 울고 계시는데 어케 가만히 있을 수가 있갔시요. 가슴이라도 풀리게 말이라도 좀 해 보시라요….』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만 치우고 자자우.』

 부비서는 가슴속의 아픈 구석을 감추듯 어색하게 웃었다. 복순은 부비서의 그런 모습에서 옛날 옆집 오빠의 모습을 본 듯 자신도 모르게 앙탈을 부렸다.

 『아, 안돼요 오빠! 아직도 물이 따뜻한데 물찜질은 마자(다) 해야디요.』

 『길케 말할 때는 꼭 옛날 체이 때 모습 같구만. 앙큼하게서리 이쁘기도 하구….』

 복순은 부비서의 그 말이 좋은 듯 생긋 웃으면서 되물었다.

 『오빠, 나 아직도 이뻐 보여요?』

 『기럼 한번 이뻤던 모습이 어디 가간? 어, 시원타! 오늘밤에는 복순이가 물찜질을 해주어서 잠이라도 한 숨 푹 잘 수 있을 것 같구만. 저녁마다 삭신이 쑤셔 잠을 못 잘 때가 많았는데….』

 『종일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사람이 기카면 어캅네까?』

 『몸을 다친 이후는 내 몸도 뜻대로 할 수 없는 걸 어카네? 모두 다 내 박복한 팔자려니 하면서 참고 살아야디….』

 『이자(제) 와 기런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는지 료해가 됩네다.』

 『그 동무가 메라고 했간?』

 『오빠가 몸을 다친 이후는 집에 나가서 자고 오는 일이 없다며 잠자리 시중을 잘 보살펴 드리라구 했시요. 기것도 몇 차례씩이나…긴데 내래 어케 그 말을 다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갔시요. 오늘밤에는 나도 오빠 곁에 누워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오빠 이야기도 좀 듣고 싶어요. 입만 다물구 있디 말구 오빠도 곁을 좀 주시라요.』

 부비서는 이제 와서 감출 일이 뭐가 있겠느냐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순은 다시 물수건을 바꿔 올리며 담요를 걷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