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 - 4. 레바논의 경제
   
▲ 베이루트 앞바다에 떠 있는 초호화 요트들. 중동 오일달러의 단적인 상징이다.


기원전 4천년전부터 중동과 유럽, 이집트를 잇는 중계무역이 활발했던 페니키아의 후예 레바논.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가깝게는 이라크와 페르시아, 멀게는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 들어오는 중계물자들을 배로 실어 나르는 사실상 실크로드의 서쪽 종착지이기도 하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라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레바논은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지금까지도 자체적인 경제구조를 갖추기 보다는 다른 나라들을 잇는 중계업 등이 발달해 있다. 자국 산업이 취약하다보니 지금도 레바논의 무역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 레바논의 수출은 34억달러, 수입은 167억달러로 약 133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붕괴된 자국산업을 육성할 여력이 없는 레바논으로서는 외국 자본유입과 관광업 등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레바논의 대표산업 '관광과 금융, 카지노'

 

   
▲ 레바논 지역의 가사도우미(Maid)들.

레바논의 주력산업은 관광과 금융업, 카지노로 대표된다.
특히 관광산업은 경제의 중추이기도 하다. 쪽빛 지중해 해변가와 북쪽 산악지역의 백향목·스키 코스, 바알벡 페스티발로 대표되는 찬란한 역사유적 등 레바논은 유럽과 중동 부호들에게는 그야말로 로맨틱한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아침에는 스키를, 오후에는 해수욕'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변되리 만치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레바논은 당시 동양을 방문하는 유럽인들이 한번쯤 쉬어가는 관광 코스였다.
내전 발발 전인 1970년초에는 연간 240만명의 관광객이 레바논을 찾았다. 내전으로 인해 여객금지국가로 낙인찍히며 급감했던 관광객수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1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옛 영광을 서서히 되찾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동국가에서는 금지된 카지노도 이곳에서는 전면 허용하고 있다.
베이루트에서 트리폴리로 지중해를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1시간을 달리면 중동 최대 카지노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유는 국가지만 운영은 민간이 맡으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강원랜드와 비슷한 구조다. 카지노업체가 현지 신문사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점차 권력화되고 있다.
레바논의 또다른 산업중심은 바로 금융업이다.
베이루트 중심지역인 다운타운가는 수백개의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중동 최대의 금융센터다.
19세기 초 베이루트에서 외환거래소가 처음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되어 지리적 요충지, 대외 개방적 국민성 그리고 금융비밀 법령(1956년)에 힘입어 유럽과 중동의 오일달러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내전 발발 이전인 1975년까지 중동 최대의 금융센터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내전으로 붕괴된 금융산업은 1990년 내전이 종식되면서 경제 및 재정 상황이 호전되면서 머지않아 지역금융센터로 재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2월 현재 131개의 은행이 등록되어 있으며, 금융권의 총 자산 규모는 885억달러(레바논 1년 GDP 규모의 약 4배에 해당함)에 달하는 등 매년 8%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약 2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전후 복구 수요급증에 따라 건설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내 곳곳에서는 내전으로 무너진 고층 빌딩을 신축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경제도 포도주 생산을 중심으로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레바논은 중동국가중 유일하게 카지노가 전면 허용된 나라다. 수도인 베이루트 주변에는 대규모 카지노들이 밀집해있다.


● 종교가 곧 권력이고 부(富)인 나라

현 레바논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역사를 빼놓을수 없다.
오랜 옛날부터 시 외곽의 고산지역에 자리를 잡은 기독교인들은 별장같은 유럽풍 마을에 모여산다. 반면 부를 갖지 못한 이슬람, 특히 시아파인들은 시내 빈민촌을 구성하고 있다.
종교간 갈등이 곧 권력간 갈등이며 또한 빈부간의 갈등인 셈이다.
베이루트 시내를 다녀도 지역마다 빈부의 격차는 뚜렷하다.
베이루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산지역인 베이테틴은 해발 2천m 정도로 부자들의 여름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곳곳에 고급 별장과 음식점 상점들이 즐비하고 교회들도 눈에 띈다. 부자들 중 기독교 신자가 많고 이슬람쪽에서는 수니파가 부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레바논의 최고 시인인 칼릴 지브란 박물관 인근에는 수백m 높이의 계곡을 끼고 그림같은 별장들이 줄지어 서있다.
지중해를 마주보는 바닷가에도 고층 빌딩과 최고급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베이루트 시내 북쪽에 위치한 피존아일랜드 해변가 부근에는 수십층의 초호화 아파트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한채에 수백만달러를 호가하지만 중동부호들의 여름휴가지로 각광받으면서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빈부격차의 상징 '메이드'>

레바논에서도 다른 중동 부자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사도우미(Maid)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대부분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어린 여성들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24시간 억압적인 노동환경과 인권유린, 성적착취, 문화·언어 단절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이 잇따르면서 레바논에서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 일부 고용주들은 이들에게 최대한 일을 시키기 위해 수면시간을 몇 시간 주지 않는다. 해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금식인 라마단 기간에는 해진 뒤 식사 준비를 위해 노동강도가 더 세지고, 이 때문에 라마단 기간에 고용주 집에서 탈출하는 가사 도우미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레바논에는 스리랑카(8만명), 필리핀(3만명), 이디오피아(2만5천명), 방글라데시(2만명) 등 15만명의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이집트(7만5천명), 시리아(10만명) 등의 유입인구까지 합치면 최대 30만명 이상이 건설노동자와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집트와 레바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저널리스트 이하윤씨는 지난 몇년동안 메이드 문제를 집중 취재해 언론에 보도하고 있다. 그녀는 50여명의 메이드들을 집중인터뷰해 인권단체와 레바논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씨는 "레바논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장기간 저임금 구조하에 단순 가사도우미뿐만 아니라 보육도우미, 성적도우미 등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최근 들어서 문화·언어단절로 인해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메이드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지만 레바논 정부차원의 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국의 관심과 유엔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바논=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010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