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가 무엇이냐고 묻는 외국인이 가끔 있다. 중국인에게는 톈진(天津)이나 충칭(重慶)같은 큰도시(大城市)라고 대답한다.

일본인에게는 동경(東京)은 동경도(東京都)라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데 같은 한국인에게는 마땅한 답이 없어 요즘 삼산일해(三山一海)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문학산, 계양산, 마리산의 세 산과 서해가 인천으로 한국에서 가장 넓은 땅과 바다를 소유한 도시라고. 아무래도 인구가 300만이나 되면서 바다에서 새우를 건져내고 소금을 만들며 섬에서 쌀을 길러 먹는 도시는 그리 흔치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브랜드니 인지도니 유행하는 개념으로 '인천(仁川)'이라는 상표를 만들면 어떨까? '인천 강화 둘레길이 그렇게 좋더라고! 유적지도 끼고 갯벌도 끼고, 제주도에 갈 필요 없이' 이런 대화 끝에 갑자기 '강화도가 인천인가?' 이런 생뚱맞은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강화도 옹진도 계양도 소래도 모두 인천이다.

강화인삼, 강화순무는 그 자체가 이미 보통명사가 되었지만 여기 인천이라는 이름을 덧붙여 시민들이 일체감을 갖게 하는 것은 어떨까?

대장간 주인집에 식칼이 없다는 말처럼 좋은 것은 내다팔고 나쁜 것은 내가 먹는 것이 상도라지만 좋은 것을 우리 인천사람이 먼저 먹으면 그 가치가 오를 것은 뻔한 이치다. 나 자신도 벼가 자라는 강화의 들판을 운전하면서 막상 그 쌀을 사먹을 생각은 못했었다. 슈퍼나 마트에서 그 쌀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아파트 승강기에 나붙은 주민센터의 광고를 보고 한 포대 사들이고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인천 강화쌀!
어시장에서도 '국내산' 이렇게 표시하지 말고 '인천 백령산' 이렇게 표시해주면 까나리나 꽃게나 밴댕이나 돈을 더 주고 사고 싶지 않을까?

강화는 엄연히 선사시대의 역사가 뚜렷하고 또 고려의 서울이었다. 왕궁이 있고 왕릉도 있다. 강화가 없었다면 고려의 역사도 이어질 수 없으니 임시니 항몽이니 하는 수식어는 오히려 구차하다. 마리산을 성산으로 하는 강화의 오랜 역사와 한강을 굽어보는 계양산과 서해를 품은 인천은 한국인들이 부러워할만한 도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외로 나가는 모든 사람은 인천대교를 건너 비행기를 타고 내려야만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인천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향심이 명품도시를 만든다면 우선 내가 사는 동네의 특성을 알아야한다. 국사가 교육현장에서 사라진다고 개탄할 것이 아니라 인천의 역사를 야무지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개탄해야한다. 자주라는 말이 있을 수 있다면 내 발밑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市長)은 300만을 '인천'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천시민이여! 우리 인천을 알고 자랑하자! 어떤가? 올 김장때는 부인들이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이거 인천 강화 새우젓 인가요?' 하면서 오씨 상회를 찾아가는 것은? /양효성(자유기고가)





양효성씨=서울에서 부산까지 조선의 옛길인 죽령대로를 두 달간 도보로 여행한 기록인 '나의 옛길 탐사기1·2'권을 출간했다. 기원전 30년께 서한시대 말 환관 출신의 사유(史游)가 편찬한 한자교본 '사유 급취장'을 번역했으며, 이 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