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자 그 누구도 모른다는 말이 자기를 두고 하는 말 같이 느껴져 김유순 방장의 말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언니는? 형편대로 살아야지요. 언제는 뭐 잘 먹고 살았나요.』

 『기래. 좋은 게 좋다. 길케 마음이라 편하게 가지라우….』

 성복순은 조반을 마치고 김유순 방장을 따라 채석장으로 나갔다. 김유순 방장이 소속되어 있는 2중대 3소대원들의 일터는 오두막집에서 2㎞가 넘게 떨어져 있었다. 바쁘게 걸어 돌산 계곡 안으로 들어가니까 채석장이 보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몰려들었다. 뼈만 남은 듯, 피골이 상접해 있는 그들은 모두 교화노동을 통해 의식을 혁명하기 위해 나온 혁명화 대상자들이었다.

 얼마 후 김유순 방장은 성복순을 김병준 작업반장 앞으로 데리고 갔다. 김병준 작업반장은 종합지령실에서 내려온 지령서(작업지시서)를 보고 신입자들이 새로 왔다는 것을 알았다며 성복순에게 작업지령서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작업지령서에 적힌 분조장을 찾아가서 망치와 정을 받아 10㎏짜리 다듬은 돌 10개를 작업총화 때까지 생산하라고 했다.

 김유순 방장은 작업지령서에 적힌 성복순의 작업반과 분조를 지켜보다 한숨 돌리는 표정을 지었다. 성복순은 김병준 작업반장 밑에 있는 3분조에 편성되어 있었는데, 그 분조에는 김옥남이가 분조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옥남아. 복순이 3분조에 조직되었다. 네가 망치질하는 요령과 돌 다듬는 법을 잘 가르쳐 줘라. 손 다치지 않게.』

 김유순 방장은 복순을 3분조장에게 데려다 주고 자기 작업반으로 건너갔다. 3분조장 김옥남 언니는 사람 앞일은 진짜 모를 일이다 하면서 한동안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복순 동무가 3분조에 조직되다니…이거이 어케 된 거야?』

 옥남 언니는 어이없이 웃어대다 성복순을 분조원들에게 소개시켰다. 성복순은 분조원 7명에게 인사를 한 뒤 망치와 정을 받아 돌을 다듬는 법을 배웠다. 왼손으로 정의 윗부분을 잡고 비스듬하게 눕혀 망치로 정의 머리 부분을 치니까 차돌같이 단단한 화강암이 뚝뚝 떨어져 나갔다. 정말 신기하기도 했다. 망치질이라고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데 한번씩 망치를 내려칠 때마다 정의 끝에서 차돌 같은 화강암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복순은 그날 오전 내내 메질과 망치질을 익혀 오후부터는 작업에 들어갔다. 툭탁툭탁 돌덩이 위에 올라타고 망치질을 하는 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돌 깨는 소리는 마치 무슨 음률에 따라 움직이는 타격 소리 같았다. 복순은 오후 내내 팔이 빠지도록 망치질을 했지만 다듬은 돌 3개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첫날이라서 망치질의 요령을 터득하지 못해서 그렇다 해도 작업성과가 너무 형편없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 책임량 10개를 마치고 새로 온 복순을 위해 그녀가 못다 채운 작업량을 거들어주기 위해 하나씩 더 생산해 갖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