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


< 글 싣는 순서 >

총론 중동 실크로드를 가다
1부 전쟁과 평화의 현장 레바논
(1)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2부 인류문명의 경이로운 발자취 시리아
3부 왕의 대로 위에 꽃핀 문명 요르단

 

   
▲ 다운타운 입구 광장에 서있는 동상에는 총탄세례로 인한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 독립 염원을 부르짓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들의 몸짓 위로 총탄세례가 더해지면서 오늘 레바논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가 상존하는 레바논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길을 날아가야 한다. 직항노선이 없어 인천공항에서 9시간을 날아 두바이를 거쳐가야 한다. 두바이에서 다시 3시간, 모두 12시간이 걸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내렸다.
레바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쟁, 바로 그것이다. 올해 초까지 여행금지국가로 정부허가없이는 입국이 불허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행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이슬라엘과 헤즈볼라가 대립하고 있는 레바논 남부지역은 여행금지지역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곳의 전쟁역사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90년대까지 이어진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오랜 내전, 이스라엘과의 전쟁, 지금도 진행중인 도심폭탄테러, 복잡하게 얽혀있는 종교만큼이나 전쟁양상도 예측불허인 오늘의 레바논은 그들만의 비극의 역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시설 폭격임박설이 퍼진상황에서 중동의 긴장감이 팽배한 시점이라 우리 취재팀도 긴장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항상 테러의 대상인 공항부터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했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숙소로 향했다.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보이긴 했지만 다행스럽게 차에서 바라본 베이루트 시내는 차분하고 평화스러웠다.
이슬람 국가 같지 않은 자극적인 여성속옷 광고판도 눈에 들어온다. 맥도날드 가게가 즐비하고 외제차량이 거리에 가득한 도시 베이루트. 차도르로 온몸을 휘감은 여인들과 함께 청바지에 긴 머리를 자랑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선입견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유럽남부도시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정돈된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서는 건물신축이 한창이고 많은 외국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얼마전까지 전쟁과 테러의 도시라는 베이루트의 이미지는 좀처럼 찾기 힘들정도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본격적으로 나선 베이루트 취재, 제일 먼저 20년간 진행된 내전의 현장을 찾았다.
지금은 대부분 건물을 복구해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지만 그들 안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상처투성이 레바논을 만날수 있다.
노천카페와 백화점, 쇼핑센터가 가득했던 다운타운은 한창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운타운은 시계탑을 중심으로 별 모양의 거리가 만들어진 '나지메스퀘어' 일대를 지칭하며, 내전 이후 대대적인 복구작업에 의해 복원된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유럽풍의 석조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노천카페와 식당이 즐비하여 밤시간이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지만 몇년 전만 해도 테러의 표적이었다.
내전으로 구멍이 가득한 고층 건물도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다. 베이루트의 상징인 동상도 총알을 피하진 못했다.
총탄세례로 수많은 상처를 입은 동상 뒤로 모스크와 교회가 나란히 보이는 곳, 바로 그곳이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베이루트의 오늘이다.
시내 중심가에는 무장한 군인들과 바리케이트, 장갑차가 테러에 대비하고 있으며 도로 옆에는 차량주차 조차 금지하고 있다. 차량폭탄테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비둘기가 시내 중심 광장에 가득하다. 이들의 힘찬 날갯짓 속에 실탄을 장전한 소총을 든 군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종교로 나눠진 베이루트는 권력도 나눠지고 사는 지역도 나눠진다.
오랜 옛날부터 고산지역에 자리를 잡은 기독교인들의 별장같은 유럽풍 마을과 부를 갖지 못한 이슬람, 특히 시아파 빈민촌의 모습은 극과 극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종교간 갈등이 곧 권력간 갈등이며 또한 빈부간의 갈등인 셈이다.
유일한 한국 유학생인 이경수씨(30)는 "겉으로는 평안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살얼음판이다. 정치적 균형이 조그만 사건에 무너지면서 전쟁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현재 베이루트 현실을 설명한다. /레바논=실크로드탐사취재팀
 

   
▲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와 제2의 도시 트리폴리 등 많은 사람들의 몰려 있는 곳이면 어디든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무장한 군경들과 장갑차를 쉽게 볼수 있다. 외국관광객들의 불안을 아는 듯 군인들은 관광객들과 어울려 같이 사진도 찍는 등 친절하게 대해준다.



*레바논 공화국 (The Republic of Lebanon)

수도는 베이루트로 우리나라의 1/10 크기로 충청도와 비슷한 크기다. 한국과는 약 7시간 시차가 난다. 1930년대 이후 인구조사를 하지않아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약 41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흔히 이슬한 국가로 알고 있지만 이 나라의 종교는 오래된 역사만큼 이나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로 나뉘지만 기독교안에서도 마로나이트 카톨릭, 아르메니아 정교 및 그리스 정교 등이 있고 이슬람교는 수니파와 시아파, 드루즈(시아의 분파)로 구분된다. 언어로 오랜 식민지의 영향으로 아랍어와 불어, 영어 등이 함께 통용된다.
대통령 중심제 (임기 6년, 단임제)이나, 1989년 Taif 협약 체결 이후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장이 권력을 균점하는 트로이카 형태다.
의원들도 128명이 절반씩 기독교와 무슬림이 양분하고 있다. 1인당 GDP가 다른 아랍국가와는 달리 1만달러가 넘는다.

 

   
▲ 많은 쇼핑센터와 백화점, 노천카페가 있지만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곳곳에는 혹 일어날지 모를 테러를 감시하기 위한 무장군인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먹이를 찾아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의 날개짓이 이채롭다.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010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