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

< 글 싣는 순서 >

총론 중동 실크로드를 가다
1부 전쟁과 평화의 현장 레바논
2부 인류문명의 경이로운 발자취 시리아
3부 왕의 대로 위에 꽃핀 문명 요르단

인천일보가 인하대와 함께 야심차게 기획·추진하고 있는 '실크로드에서 인천을 생각한다'가 올해로 4차 년도에 접어들었다. 중앙아시아와 이란, 중국을 탐사한 바 있는 본 기획은 2010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열사(熱沙)의 화약고 중동지역의 실크로드를 탐사했다.
취재진이 찾은 중동지역의 섭씨 48도의 열기는 실크로드의 문을 들어서는 온도에 불과했다. 세계의 관심지역인 3개국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열기는 2배 가깝게 타올랐다. 그것은 한 마디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애타는 몸부림이었다.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유프라테스강의 문명을 품은 시리아 사막의 열기와 오늘도 아라비아 로렌스의 역사가 숨 가쁘게 전개되는 중동지역의 실크로드 현장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보고한다. 이번 중동실크로드 연재를 통해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인류문명의 시원(始原)을 확인하고, 그곳에서 희로애락을 영유하며 오늘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그들의 삶과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탐사취재는 조태현 사회부 부국장, 남창섭 정경부 차장, 허우범 인하대학교 홍보팀장이 참여했으며,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14박 17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인천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인 '동북아 비즈니스의 허브'를 건설해야 하는 중차대한 소임을 지닌 곳이다. 그것은 인천이 대도굴기(大都屈起)를 꿈꾸며 비상하는 중국을 끼고 새롭게 황해시대를 열어 갈 최고의 지정학적 요건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 시리아 팔미라 벨(Bel) 신전50도를 넘나드는 사막길을 2시간 넘게 달려가면 저 멀리 흐릿하게 신기루 같은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고대 실크로드와 흥망성쇠를 같이한 인류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다. 고대 팔미라 시민들의 절대적인 신앙의 대상이던 벨신전 위용은 지금도 전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도 있다.

인천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인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하대와 함께 2006년부터 '실크로드에서 인천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인류문명사의 젖줄인 실크로드를 탐사하고 있다. 전근대 세계물류시장을 대표하는 실크로드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이 체득해야할 훈련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천이 21세기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연계거점이 되기를 기대함과 동시, 인천시민의 문화의식 또한 글로벌시대를 열어가는 중심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취재단은 1차 년도에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나라들을 탐사했다. 2차 년도에는 서남아시아의 핵심이자,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가 깃든 이란을 탐사했다. 3차 년도에는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인 때 중국의 신장지역을 탐사했다. 그리고 올해 4차년도 사업으로 중동지역의 실크로드를 탐사했다.

이번 탐사에서는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열사(熱沙)의 3개국을 돌아본다. 이곳은 아시아 대륙 서쪽 실크로드의 끝으로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이다. 고대부터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세계의 2대 종교와 문명이 탄생한 고대문명지이기도 하며, 이라크 전쟁 후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이라크 난민들이 생활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탐사를 통해 우리는 문명의 성장 발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전쟁이 앗아간 삶의 현장을 확인하고 화합과 소통, 평화와 공존이야말로 인류의 삶에 최우선 과제임을 재차 확인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통일국가의 발전전략 수립에도 기초가 되어야함을 설명할 것이다.

취재팀은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4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하루 평균 15시간을 강행군했다. 역사현장의 폐허를 내리쬐는 폭염은 취재팀의 발목을 붙잡았고, 사막의 숨 막히는 모래바람 열기는 취재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또한, 죽음의 바다를 넘어오는 눅진한 바람은 지친 취재팀의 목을 조이는 듯했다.

 

   
▲ 요르단 페트라 알카즈네(Al-Khasneh) 신전붉은 사막 속 붉은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도시 페트라. 양쪽에 솟아있는 수십미터 높이의 바위틈 좁은 통로를 따라들어가면 붉은빛에 휩쌓인 페트라의 상징 알카즈네(Al-Khasneh)신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죽음도 불사하며 동서 문명을 소통시킨 인류의 길을 탐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욱 뜨겁고 강렬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취재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도 곳곳에 전쟁의 상흔이 뚜렷한 베이루트는 걸프머니의 개발열기로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듯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곳이다.

전쟁과 평화가 동전의 앞뒷면 같은 베이루트.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메이드'라는 이름 아래 혹사되는 동남 아시아인들의 슬픈 삶을 살펴본다. 티레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자랑했던 항구도시로 이집트와 여러 지역으로 교역했던 페니키아 문화의 중심지이다.

후에 로마가 다스렸던 이곳은 현재 우리나라의 동명부대가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정전감시를 위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활동 중인 곳이다.

현지 주민들에게서 '신이 내린 축복이자 소중한 친구'라는 찬사를 받는 동명부대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레바논 산맥과 안티레바논 산맥 사이의 베카 계곡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다.

이곳의 주산물은 밀이지만 포도와 올리브 나무도 유명하다. 이런 풍요로움 때문일까, 베카 계곡 옆에 자리한 바알베크에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뿐 아니라 로마제국시대의 그 어느 곳보다도 큰 유피테르 신전이 있다. 끝없는 영토를 가졌던 로마제국이 베카 계곡에 제국 최대의 신전을 세운 이유를 알아본다.

시리아는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고 우리와는 미수교국인 사회주의 국가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시리아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특히, 인류의 역사와도 같은 문명교류를 찾아가는 실크로드 탐사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모든 곳이 친절했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8천 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번영을 누리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류 최고(最古)의 도시 다마스쿠스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이라크의 바그다드로부터 서쪽의 다마스쿠스까지는 약 600㎞. 온통 모래사막으로 뒤덮인 사막길 한 가운데에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가 있다.

이곳엔 로마의 속주에서 벗어나 실크로드 카라반들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제노비아 여왕이 있다. 그녀의 일생을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밖에도 십자군전쟁의 흔적이 배어 있는 크락 데 슈발리에,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의 사회상과 언어, 특히 성서 속에 있는 수많은 도시와 인명이 사실임을 밝혀준 고대도시국가 에불라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에불라에서 발견된 설형문자를 통해 알파벳의 기원이 이미 고대도시국가에서 시작되었음을 경이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르단은 전 국토가 성서와 연관되어 있어 성지순례로 잘 알려진 국가다. 왕의 대로로 일컬어지던 길을 따라 십자군과 성지들을 훑어본다. 페트라는 기원전 7세기 나바테인들이 암벽 속에 자신들의 문명을 건설한 거대한 산악도시이자 대상(隊商)도시다. 매년 입장료가 폭등해도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이 줄지 않는 페트라, 그 장엄한 역사의 현장을 독자에게 안내한다.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은 중동 경제협력의 중심지이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중동 경제협력의 바로미터다.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관계, 중동국가들의 자동차 전쟁도 우리의 관심거리다.

우리에게 필요한 물은 이들 열사의 나라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중동지역의 물 분쟁과 갈수록 메말라가는 사해를 살리기 위한 이 지역 국가들의 반목과 노력을 통해 우리도 물 부족국가임을 다시금 상기할 것이다.

취재팀은 중동 실크로드 탐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금수강산의 소중함과 경제 강국의 자랑스러움이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삶과 비전을 갖춘 아름다운 활동이었다. 실크로드는 과거에서 오늘로 이어지고 다시 내일로 나아간다. 우리만의 소중함과 자랑스러움을 찾고 이를 발전시켜 자유롭고 아름답게 펼치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이룩해야 할 실크로드의 미래다.

이렇듯 미래로 열린 실크로드에 대한민국의 비전인 인천이 있어야 한다. 인천이 앞서나가야 한다. 인천일보와 인하대가 실크로드를 장기 프로젝트로 정한 까닭도 바로 이러한 간절함에 있는 것이다.
/레바논·시리아·요르단=실크로드탐사취재팀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010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