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칼럼 // 3.'소리없는 시력도둑'녹내장


 

   
 

▲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 녹내장

녹내장은 돌이킬 수 없는 시력상실의 원인 2위로 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으로 고통 받고 있고, 7천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노인성 안과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국내에 녹내장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녹내장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상당 수가 알지 못하다가 실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녹내장학회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충남 금산지역 성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녹내장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 남성의 4%가 녹내장 환자였다. 녹내장은 40대 1.2%에서 60대(4.2%), 80대(10%)로 연령대가 증가함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40세 이후에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녹내장 검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자각증상이 없는 녹내장의 특성상 선진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녹내장 환자 중 병원에 다니는 환자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 녹내장환자 10명 중 6명은 정상안압녹내장

이번 조사결과 녹내장 환자의 66%가 정상안압 녹내장(안압이 정상인 녹내장)으로 나타나, 한국인에게서 정상안압 녹내장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은 보통 안압 상승에 따라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정상안압녹내장은 보통 안압이 정상범위에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이 될수록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느끼게 되며, 말기에는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 측정만으로는 검진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병의 진행이 서서히 일어나 말기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급격히 안압이 높아지는 폐쇄각 녹내장일 경우 두통·구토·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느낄 수 있지만 정상 안압(10~21㎜Hg)의 2.5배 이상(40㎜Hg)은 돼야 느낄 수 있어서 녹내장 환자의 80%가량은 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악화되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중요한 것이다.

▲ 20-30대 젊은 층 녹내장 급증

흔히 중년층 이상에서 많은 안과질환으로 알려진 '녹내장'이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20~30대 녹내장이 급증한 것은 젊은 층에서 당뇨, 고혈압 등의 혈관질환과 고도근시 등이 증가했고, 직장인 검진항목에 녹내장 검사인 안압 및 안저 촬영이 추가되고, 시력교정수술이 늘면서 안과검진을 통한 녹내장 진단율이 증가한 데다 녹내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것이 그 이유이다. 라식 등 각막을 깎는 시력교정술을 받았다면 안압 검사 전 의료진에게 필히 알려야 한다. 시력교정술로 각막의 두께가 얇아지면 안구 표면이 평평해져 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방수가 받는 압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이 녹내장 진단을 위해 안압을 재면 안압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돼 문제가 있더라도 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기 쉽다.

▲ 안압을 올리는 생활습관을 바꾸자 !

녹내장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한 예방법도 없다. 그러나 평소 안압을 낮출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가지면 녹내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이 편한 복장 즉 남성은 넥타이를 꽉 매면 목 정맥압을 높여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목에 힘을 줘야 하는 금관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며, 담배도 위험 요인이다. 담배는 안압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혈관을 수축시켜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량을 떨어뜨려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커피, 차, 물 등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않는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만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시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운동은 가려서 해야 한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은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요가 자세, 물구나무서기, 역기 들기 등은 목이나 얼굴에 힘을 가하게 하므로 삼가해야 한다. 원시를 가진 경우나 60~70대의 고령인 경우 장시간 어두운 곳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피해야 한다. 녹내장에 도움이 되는 식생활은 일반적으로 몸에 좋은 음식이 녹내장에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야채, 과일 등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녹내장 치료는 평생, 40세 이후 조기검진을 통한 관리 예방이 중요
 

   
▲ 녹내장은 진행될수록 시야가 좁아져 보인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녹내장 역시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현재 주된 치료는 약물 치료이며 약물은 안압을 낮추는 점안약이다.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라고 해도 안압이 평균치보다 높은 쪽에 속하는 만큼 안압을 더 낮추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치료를 해서 증상이 일단 안정됐더라도 치료를 중지하면 다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병을 관리해야 된다. 녹내장은 초기에 진단하여 평생 동안 적절히 치료한다면 실명의 위험이 매우 낮아진다. 따라서 40대 이후 매년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당뇨병ㆍ고도근시가 있거나 심한 빈혈로 쓰러진 경험이 있는 사람, 안구에 외상을 입었거나 스테로이드 안약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40대 이전부터라도 정기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조현수 원장(연수김안과 녹내장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