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칼럼


 

   
 

16일부터 26일까지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이른바 을지연습이 실시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통상적인 방어연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해 연습에는 미군 3만명이 참가한다. 예년에 비해 무려 2만명이나 늘어난 규모다. 한국군은 군단, 함대, 비행단급 이상의 지휘부 5만 6천명이 참가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연습에는 4천개 기관 42만명이 동원된다. 이러한 대규모의 전쟁연습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이 자체로 북에 대한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자,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킨다.
정부 설명에 따르더라도 을지연습은 단순 방어연습이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을지연습에 대해 "2부 연습에서는 한미연합군이 북한군의 남침을 격퇴하고 북한 지역으로 진주하는 시나리오가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을지연습은 북의 도발을 격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사분계선 이북으로의 진격과 북한 점령을 목표로 하는 공격연습이다.
더욱이 이번 연습에는 '개성공단 인질사태'에 대한 군사작전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작전계획 5029, 즉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한미연합군이 북에 대한 군사작전을 전개하면 필연적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게 된다. 이는 평화통일을 사명으로 한 우리 헌법에도 위반되고 유엔 헌장에도 위배된다. 을지연습이 북에 대한 무력 흡수통일 연습이라고 공격 받아도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는 올해 을지연습을 6·25전쟁 60주년과 천안함 사태를 감안해 실전에 대비한 내용으로 계획했다. 지난 1월, 범정부차원의 북한 점령통치계획인 '부흥계획'을 완성한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전시대비 예산 편성 및 전비운용훈련을 처음 실시했다. 전쟁대비가 날로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연습이 아니라 평화연습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인천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다. 인천의 미래는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천안함 사건이 인천에서 일어나 다행이라며 북풍몰이로 안보장사를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에 반대한 송영길 시장을 선택했다. 이는 인천의 미래가 전쟁과 대결이 아닌 평화와 화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천시민들도 알기 때문이다.
송 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인천이 산다. 인천의 관광이나 투자유치는 물론, 30여개 업체가 개성공단에 투자와 위탁임가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종국적으로 남북관계가 풀어져서 북한이 참여해야 아시안게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송 시장은 지난달 27일 "인천을 남북평화 화해협력의 상징도시, 통일의 전진기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송 시장의 구상과 을지연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 이후 동해와 서해상에서 연속해서 벌어지는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을 넘어 중국까지 자극하며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때 벌어지는 대규모의 을지연습은 한·미 대 북·중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부추겨 신냉전을 조장한다. 서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상황이 과연 인천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끊이지 않는 서해와 인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을지연습을 재고해야 한다. 오히려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할 수 있는 평화연습이 더욱 필요하다. /유정섭(통일운동가)


유정섭씨=인천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