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잠자리에서도 기쁨조사업을 잘해낼 수 있을까? 기쁨조사업을 어케 하면 부비서 동지가 내 같은 려자를 채석장으로 내쫓지 않을까?

 성복순은 채석장으로 쫓겨나지 않을 방법까지도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으나 지도원이 건네주는 잠자리 옷과 빨래비누를 받아들고 부비서 방으로 건너갔다. 문득 영실 언니의 부탁을 받고 곽인구 하사와 잠자리를 같이 한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그때도 곽인구 하사를 즐겁게 해줄 방법을 알고 방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세상의 모든 젊은 남자들은 세대주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먼저 부화질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여우 짓을 하면서 부비서 동지한테 덤비면 부비서 동지도 곽인구 하사처럼 자기 품안으로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부비서 동지도 한때는 자신을 예뻐해 준 옆집 오빠였으니까 말이다.

 기래. 부비서 동지를 계속 무섭게만 생각디 말자. 어릴 때 같이 놀던 옆집 오빠라 생각하고 이자부텀은 귀염을 떨어보자. 기러면 내가 나갈 때까지 너그럽게 방조해 줄지도 몰라….

 성복순은 부비서 방으로 들어와 우두커니 선 채로 혼자 그런 생각을 해보다 소매를 걷어올렸다. 부비서 동지를 어릴 때 같이 놀던 옆집 오빠라고 생각하니까 겁먹고 굳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는 오빠네 집에 몇 달간 도와주러 간 여동생처럼 거리낌없이 창문을 열어놓고 먼지떨이로 방안 곳곳의 먼지부터 털어 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방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방안에는 곳곳에 허연 돌가루가 쌓여 있다시피 했다.

 이런 방안에서도 별 불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몸을 다쳤다 해도 성격은 옛날처럼 그렇게 모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깨끗하게 걸레를 빨아와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와 토론상부터 깨끗이 닦아 반듯하게 걸었다. 그때 창문 뒤에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던 학습지도원이 『저런 것은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군인가족 출신이라 참 잘 하는군…』 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대열과로 돌아갔다. 그 정도로 사상적 교양이 갖추어진 여성이라면 혼자 있을 때의 행동을 더 지켜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복순은 학습지도원이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다 돌아간 것도 모른 채 허옇게 돌가루가 앉아 있는 책상과 걸상 위도 닦아냈다. 문턱 위와 거울 둘레도 몇 번씩 거듭 닦아냈다. 그래도 걸레질을 할 때마다 시커먼 땟국물이 배어 나왔다.

 구역질이 치솟을 만큼 독한 담배냄새가 배어 있는 재떨이는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윤이 나도록 닦았다. 이불 호청과 요 호청은 뜯어내어 애벌빨래를 한 뒤 비누질을 해서 가마에다 넣고 푹푹 삶았다. 호청을 뜯어낸 이불은 숙소 뒤 빨랫줄에다 걸어놓고 작대기로 툭툭 때려가며 묵은 솜먼지를 털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