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감독 : 김지운 주연 : 이병헌, 최민식)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그 속에는 정말 악마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보였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캐릭터의 힘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내러티브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이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에게 자신의 약혼녀 주연을 잃고 처절하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경호요원 수현은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약혼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악마를 보았다'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다. 범인이 누구인가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몇 건의 간단한 확인작업을 거쳐 수현은 곧바로 범인 장경철과 대면한다.

복수극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복수하는 자와 복수 당하는 자의 강렬한 대비로 선 굵은 드라마를 연출한다. 김지운 감독은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을 통해 관객들이 복수하는 수현의 편에 서서 악마같은 연쇄살인범 장경철을 응징하는 의식에 동참하도록 한다. 약혼녀를 잃고 직접 복수를 실천하는 수현과 무서운 승부욕을 가진 연쇄살인마 경철의 캐릭터는 '악마를 보았다'의 모든 것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철저하게 두 캐릭터를 부각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인다. 수현은, 감정선이 섬세하게 살아나는 멜러물에서부터 높은 수위의 강렬한 액션까지 폭넓은 장르를 감성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배우 이병헌에 맞춘 캐릭터다.

임신한 수현의 약혼녀 주연이 눈길에서 타이어가 펑크나 멈춰있는 사이 학원 봉고차를 몰고 등장한 경철은 무지비한 폭력을 휘두르며 주연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성욕이나 금전이 목적이 아니다. 경철은 여자를 남치해서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쾌감을 얻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과 희대의 연쇄살인마 경철 두 캐릭터가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상승효과를 겨냥하고 '악마를 보았다'의 내러티브는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의 대부분은 수현이 경철에게 어떻게 복수하는가에 집중된다 수현은 한꺼번에 경철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수현의 복수는 점점 더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는 위치를 탐지하고 음성을 감청할 수 있는 특수기구를 경철의 뱃속에 집어넣고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더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를 시행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진행되는 수현에 대한 경철의 반발행동은 거칠게 구성되어 있다. 섬세함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복수의 광기만 남아 미시적 정치함이 실종된 자리에는 투박하고 거친 감정의 찌꺼기만 남는다. 이것은 실수다. 하지만 서로를 무섭도록 증오하며, 복수를 시행하는 자와 그렇게 응징받으며 또 다른 복수를 꿈꾸는 자의 대결은 강렬하게 우리를 사로잡는다. '악마를 보았다'는 코미디, 호러, 느와르, 웨스턴 등 장르를 바꿔가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김지운 감독의 거침없는 뚝심이 힘 있는 내러티브와 만나 선명한 이미지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동서대학교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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