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조작에 따른 심리변화'인간본성 실험'충격적 실화


엑스페리먼트 (감독 : 폴 쉐어링 주연 : 애드리언 브로디, 캠 지갠뎃)
 

   
 


1971년 8월 14일,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필립 짐바르도 스탠포드대 교수는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감옥실험'이라는 이 모의실험 프로젝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모인 70명의 남자 대학생 중에서 대학 당국의 엄격한 심리테스트를 거쳐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24명의 대학생들이 실험에 투입되었다. 그들은 하루 일당 15달러를 받고 2주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1971년 8월 14일 시작된 감옥실험 프로젝트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24명의 대학생들을 체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체포된 대학생들은 스탠포드대 지하에 마련된 모의 교도소로 이송된 24명의 대학생들은 동전던지기로 간수와 죄수 역할 맡을 사람을 구분하였다.

무작위로 선택된 죄수들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 모두 발가벗은 상태로 소독을 받고 죄수번호와 죄수복을 지급받았다. 간수들은 간수복과 호루라기, 곤봉, 선글라스를 착용하였으며 8시간씩 교대 근무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간수나 죄수 모두 '실험을 그만 두고 싶다'는 말만 하면 어떤 상황에서건 실험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실험참가자의 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변호사를 보내고 짐바르도 교수의 악혼녀인 크리스티나가 이 실험의 잔혹성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6일만에 중단되었는데 그때까지 실험참가자들 누구도 실험을 그만두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스탠포드 감옥실험'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란 책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며 2001년 독일 출신의 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이 영화 '엑스페리먼트'로 만들면서 독일영화제 남우주연상, 관객상 몬트리올영화제 감독상 등을 받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각본, 제작자인 폴 쉐어링 감독의 헐리우드 장편영화 데뷔작 '엑스페리먼트'는 독일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원작이 갖고 있는 클래식한 분위기와 인간 본성에 관한 차가운 실험은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변화되었는데 원작의 뛰어난 작품성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트래비스(에드리언 브로디)는 연인과 함께 인도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감옥실험에 지원한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남자들을 간수와 죄수로 나눠 가상 감옥체험을 하게 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트래비스는 벤지, 닉스 등과 함께 죄수 그룹에 들어가게 되고 간수 그룹의 리더 베리스(포레스트 훠태커)와 체이스(캠 지간뎃와 갈등을 빚는다.

처음에는 모의실험이라는 생각 때문에 간수와 죄수가 크게 구별되지 않았지만 실험이 지속되면서 간수들은 권력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면서 죄수들에게 인격적 모욕을 주고 그들을 제압하는 기술을 갖게 된다.
죄수들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실험이라는 사실을 점차 망각하게 되고 감옥에 갇힌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와 '버드'로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훠태커가 각각 죄수와 간수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지만 평범한 대학생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로 인간성이 변모해가는 섬세한 심리변화 대신 액션과 충격성에만 집중한 리메이크작 '엑스페리먼트'는 센세이셔널리즘에만 의존한 소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5분, 11일 개봉

/영화평론가·동서대학교 영상매스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