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보위원은 타자수에게 성복순을 인계하며 옷부터 갈아 입혀 기쁨조 학습을 시키라고 했다.

 타자수는 복순을 데리고 관리소 사무실 뒤에 있는 목욕실로 갔다. 목욕실 안에서 기쁨조 학습을 시키는 여자 지도원이 나와 타자수를 맞았다. 타자수는 부비서 방에서 기쁨조 원으로 복무할 수용자니까 복순을 잘 학습시키라고 했다. 지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복순을 데리고 목욕실로 들어갔다.

 『부비서 동지를 모시게 된 것을 축하합네다. 빨리 몸을 씻고 나와 이 옷으로 갈아 입으라요.』

 복순은 지도원이 시키는 대로 시멘트 물탱크 앞에서 물을 퍼내 깨끗이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지도원은 복순을 목욕실 평상에 누우라고 일러놓고 부비서 동지의 어깨를 주무르는 법, 목 뒷덜미와 허리를 지압하는 법, 복부와 방광을 마사지하는 법, 굳어 있는 장딴지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풀어주는 법, 부비서 동지가 곁에 누우라고 할 때 잠자리 시중 드는 법을 3일 동안 가르쳤다. 그리고는 4일째 되는 날 오전, 그녀를 불러 앉혀놓고 분공(分功)을 하달했다.

 『오늘부터는 오후 일과가 끝나는 시간부터 그 다음날 일과가 시작될 시간까지 부비서 동지의 방에서 실제로 어깨도 주물러주고 속옷도 빨아주며 안받침을 해야 합네다. 늘 부비서 동지를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기쁘게 해 드려야 합네다. 동무도 보았갔지만 부비서 동지는 얼마전 산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바위에 깔려 한쪽 팔을 잃었습네다. 기래서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다친 어혈증(瘀血症)이 밀려와 몹시 고통스러워 하십네다. 그럴 때일수록 안받침을 하는 려성동무들은 더 정성껏 다친 어깨와 허리를 주물러 드려야 합네다. 부비서 동지는 평소 단고기(개고기)를 푹 삶아 갈비를 찢어 소금에 찍어 먹거나 함경도 순대를 좋아합네다. 술은 독한 소주를 좋아하며 술 먹은 날은 꼭 려자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합네다. 기러나 몸을 다친 후부터는 근력이 떨어져 괴로워 할 때가 많습네다. 기럴 때는 한참 동안 복부와 방광 아랫쪽을 주물러 드려야 기쁘게 해 드릴 수가 있습네다. 평소 부비서 동지는 얼굴이 갸름하고 얼굴색이 가무잡잡하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려성동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열과 책임지도원 동지가 동무를 추천한 겁네다. 기러니까니 정신 차려 모십시오. 잘못 모셔 다른 려성동무로 바꾸라는 말씀이 나오면 대열과 책임지도원 동지는 동지대로 중간에서 립장이 난처해지고 동무는 다시 채석장으로 쫓겨나게 됩네다. 기러나 부비서 동지는 한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잘 거두어주시는 분이므로 잘 모셔서 채석장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기러면 낮에도 채석장에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부비서 동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거나 옷가지를 빨면서 교화소 생활을 할 수 있습네다. 편안하게 교화소 생활을 마치고 싶으면 오늘밤부터 부비서 동지를 극진히 모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