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 - 아저씨 (감독 : 이정범 주연 : 원빈, 김새론)

'은둔자' 전직 특수부대 요원 유일한 친구는 이웃집 소녀 납치 구출위해 세상 밖으로

   
 



'열혈남아'로 데뷔한 이정범 감독의 두번째 작품 '아저씨'는 드라마를 통해 구축된 원빈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면서 가까운 사람의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은둔자가 투입된다는 낯익은 내러티브의 전개를 통해, 소통과 관계의 방정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정범 감독은 익숙한 코드의 서사구조를 택하는 대신 그 변주를 통해 새로움을 주려고 하는데, 그 변주라는 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잔혹한 핏빛 액션이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차태식(원빈)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었던 그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남은 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고 세상 속에 유배된 은둔자다.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완전하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상과 그의 내적 연관성은 완전하게 끊어진 상태다.

차태식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동네의 꼬마 소미(김새론)는 유일하게 차태식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있는 사람이다. 즉 소미는, 차태식이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적 징표다. 소미의 어머니는 밤무대 스트립걸. 따라서 소미는 거의 대부분 집에서 혼자 있기 때문에 차태식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나이트클럽 분장실에서 마약을 교환하던 범죄조직 일당은 현장을 추적하던 형사들의 포위를 받지만 그 틈을 노려 소미의 어머니는 마약을 빼돌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범죄조직은 소미의 어머니를 추적하고 마약을 돌려받기 위해 소미를 납치한다. 이것이 세상으로부터 은둔해 있던 평범한 전당포 주인 차태식이 세상으로 나가는 이유다.

'아저씨'의 내러티브는 가령 '테이큰'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악마같은 범죄조직과 혼자 대결하는 은둔자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은둔자로 하여금 세상과의 끊어진 소통의 통로를 다시 복원하고 관계맺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사랑이다.
 

   
 


'아저씨'에서 차태식으로 하여금 죽음을 불사하며 다시 세상속으로 나가게 하는 힘은 익숙한 코드가 되어버린 남녀간의 멜로적 정서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테이큰'에서는 전직 첩보요원인 아버지가 딸을 구출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범죄조직과 맞섰다.

'아저씨'의 차태식은, '레옹'에서처럼 특별한 관계도 아닌 이웃집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총을 들고 은둔자의 벽을 허물고 나간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소미는 차태식에게 연인이나 혈육 이상의 우정의 상대였다. 파편화 된 현대사회에서 섬처럼 흩어져 있던 사람들은 핏줄이나 이익관계 등 공동체 사회를 형성하던 기존의 소통통로 대신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확보한다.

'아저씨'의 액션 시퀀스는 매우 강도가 높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피가 낭자한 영상을 선보여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웠던 틴 타란티노 못지 않은 잔혹한 영상들이 쉴새없이 터져나온다.

원빈은 여전히 이미지로 승부한다. 이정범 감독은 차태식에게 일상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직 특수부대 요원으로서의 삶뿐만이 아니라 비극적으로 아내를 잃은 상처의 코드를 삽입했지만 원빈의 모습에서 일상적 현실성을 찾기는 힘들다. 그는 만들어지고 형상화 된 이미지를 소비한다.

'아저씨'는 익숙하고 상투적인 내러티브의 전개를 잔혹한 영상처리로 극복한 케이스다. 낯익음과 낯섬이 주는 충돌이 부조화를 이루지만 긴장감을 유발하고 흥미롭게 서사를 끌고가는 동력을 제공한다.


/하재봉 영화평론가·동서대학교 영상매스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