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열정을 닮은 남자
재즈의 열정을 닮은 남자
  • 심영주
  • 승인 2010.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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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 인천재즈페스티벌 감독 정선
   
 

매년 여름, 인천에선 재즈의 향연이 펼쳐진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인천재즈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사흘간(16~18일)의 축제를 마쳤다. 재즈기타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정선(28)은 5년간 인천재즈페스티벌 음악감독으로 세계정상급 재즈 아티스트들을 인천으로 초대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까진 출연진들을 선택해 초청하는 등 주로 프로그램 구성을 담당한 반면, 올해부턴 전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리허설 시간을 개방해 재즈 마니아는 물론, 일반 관객들이 공연장의 현장감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실력 있는 재즈 앙상블이 펼치는 '인천재즈프리콘서트'를 12일부터 18일까지 야외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가족

정 감독은 이번 재즈 페스티벌에서 아내인 신예원(29)과 함께 16일 첫 무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2006년과 2007년 '선 & 예원 재즈오케스트라'로 인천 관객들과 만났다. 이후 신예원은 매년 오프닝 무대에 섰고 정 감독 역시 기타리스트로 참가자들과 연주해 왔다.
"아내와는 인천재즈페스티벌이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번 연주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메인 연주자로 이름을 올려 하는 연주는 처음입니다. 아내와 함께 하는 공연은 항상 즐겁고 기분을 좋게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제가 프로듀싱을 한 앨범 '예원'의 수록곡들을 먼저 소개하는 자리라 더욱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로 결혼 3년차를 맞은 부부는 피아니스트 알론야브나이, 퍼커셔니스트 스컷 케트너 등과 함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정 감독이 7현기타로 편곡한 '트래베시아'와 한국 전래 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색다르게 표현한 '새야새야' 등 9곡을 연주했다.
정 감독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둘째 아들이다. 고모들인 정명화와 정경화 역시 유명한 첼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다. 동생 정민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휘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야 말로 온 가족이 음악인인셈이다.
"서로 공연 날짜가 다르다 보니 가족끼리 만나더라도 긴장한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한 기분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최고 장점인 것 같습니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미래 내 아이가 음악을 한다고 하면 기꺼이 찬성할 겁니다."




▲프로듀서 정선

'예원'은 신예원이 미국의 명문 재즈 레이블 '아티스트 셰어'와 계약 후 처음으로 내는 데뷔 앨범이다. 또한 정선이 프로듀서로서 만든 첫 앨범이기도 하다.
"작곡만 1년 반, 콘셉트잡기부터 마무리까지 총 5년이나 걸렸습니다. 음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워낙 정상에 서 있는 아티스트들이라 그들의 실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도록 고민이 계속됐지요."
예원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컨템포러리 색소포니스트 마크 터너와 그래미상 5번 수상에 빛나는 퍼커셔니스트 시로 밥티스타, 브래드멜다우 트리오의 드러머 제프 발라드 등 최정상의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특히 월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는 자신의 명곡 중 하나인 '메모리아 에 파도'를 직접 편곡·연주했다. 아티스트셰어가 내년 그래미상 후보로 이 앨범을 제출하기로 해 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자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 음반은 브라질 음악에 재즈적 성향을 더한 앨범이다. 선율이 매우 아름답고 매우 다양한 리듬을 가진 브라질 음악과 자유로운 재즈가 만나 더욱 독특한 음악이 완성됐다.
그는 앨범을 작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인연도 공개했다.
"앨범 제작 최종 단계인 마스터링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 날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웬 노부부가 계단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공 들였던 작업이 끝나서인지 기분이 좋아 말을 걸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죠. 그런데 그 사람 가방에 작업을 마친 '예원' 앨범이 들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분이 브라질 음악계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안드레 미다니였습니다. 그는 일주일 뒤 쯤 앨범을 들어봤는데 좋다며 자신의 집에 초대했습니다. 10월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음악인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라는 그는 곧 뉴욕에서 두 번째로 프로듀싱한 앨범을 녹음할 예정이다.




▲진정한 재즈축제를 위해

인천재즈페스티벌을 5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정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준 높은 재즈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 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인정받는 뮤지션들을 초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에그베르트 지스몬티, 리오넬 루에케, 케니 가렛, 찰리 헤이든 등 재즈음악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연주자들이 인천을 방문했다.
올해에도 제2의 루이 암스트롱이라 불리는 니콜라스 페이튼과 지난 5년간 4번이나 '다운비트' 비평가 선정 최우수 알토 색소포니스트로 뽑히며 21세기 재즈언어를 창조해 내고 있다는 평을 듣는 미구엘 제논이 초청됐다.
"이 축제의 목적은 인천 시민들에게 재즈의 진수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재즈가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짜는 데 더 신중할 수밖에 없죠. 대중들이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재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고민은 재즈페스티벌의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된 올해 더욱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게 했다.
오픈 리허설이나 야외공연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음악을 가까이에서 듣고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한국에선 음악이 고품격이라고 생각하는 클래식과 그 외로 나눠져 있는 것 같다"며 "클래식이 오랜 역사를 가진 건 사실이지만 재즈가 그 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즈는 즉흥적이면서도 연주자와 관객이 소통하는 음악입니다. 또 매우 열정적이라 흥이 있고 열정이 가득 찬 한국 사람과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재즈를 들을 땐 집중하고 분석하기 보단 편한 마음으로 그냥 즐기면 됩니다."


/심영주기자 blog.itimes.co.kr/yj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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