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 572 )

베토벤이 생애 마지막으로 작곡한 작품을 보통 '합창 교향곡'이라 한다. '교향곡 9번 D단조 작품 125'의 별칭이다. 곡이 초연된 것은 1824년 10월 빈에서였지만, 정작 베토벤은 귓병을 앓아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지휘는 미하엘 움라우프가 했는데, 연주가 끝난 뒤 베토벤이 청중의 박수 갈채를 듣지 못하자 독창자들이 그를 청중 쪽으로 돌려세워 비로소 연주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헨델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도 합창곡으로 유명하다. 그 중 '주의 영광'과 '할레루야'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낯설지 않은 명곡이다. '합창 교향곡'에서처럼 독창자보다 합창을 중시한다는 점이 서로 비슷하다.
'메시아'는 원래 일반 극장에서 연주되었으나 후에는 교회로 옮겨졌다고 한다. 개항 후 선교의 구심점이 된 내리교회가 1954년 이후 '메시아' 전곡을 계속 연주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 문화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각 교회의 성가대가 찬송가로써 익힌 합창문화가 자연스럽게 민간에 퍼져나가 여러 합창단을 탄생시켰고, 그 같은 토양이 바탕이 되어 인천의 대표적인 예술단체로 성장한 곳이 '인천시립합창단'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학원 예술감독이 이끄는 인천시립합창단이 올 10월 프랑스에 열리는 '세계합창음악박람회'에 아시아 대표 합창단으로 초청 받았다는 소식이다.
타지의 유명 예술인들을 거금을 들여 꾸어와 벌이는 '날탕 잔치 문화'와는 크게 비교된다. 지역문화는 그렇듯 지역에 씨를 뿌리고 오랜 세월 가꾼 것이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