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188 )
지난 토요일(5월8일)은 모처럼 늦봄을 만끽할 수 있는 주말이었다. 어버이날이기도 했던 이날 신포동 일대는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가족부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외출한 젊은 부부들에 이르기까지 화사한 봄날씨와 함께 가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4대째 인천 구도심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가족들과 젊은이들로 붐비는 신포동 일대를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집 진흥각은 발 디딜 틈도 없어 젊은 주인부부는 즐거운 표정이었고 길건너에 있는 메밀국수 전문집 청실홍실(과거 표정자리)앞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 대영약방 자리에 있는 불고기집도 앉을 자리가 없어보였고 기업은행 앞에서 몇 년 전 개업한 카페베네(옛 생선전 자리)는 젊은이들로 만원인가 하면 윗층에 자리한 이태리음식점 실렌토도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중구 일대의 구도심은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시청을 비롯해 법원과 경찰청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들이 이전하고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로 중산층들이 떠나는 바람에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쇠퇴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구청을 중심으로 인천의 발상지이자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구도심의 황폐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구정책임자의 소신과 노력이 점차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구도심의 역사유적을 가꾸어 나가면서 크고 작은 공영 주차장을 만든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을 혼이 있는 도시 그리고 역사와 정체성을 함께 갖춘 볼품있는 도시로 만드는 노력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던 지난 토요일은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