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고소한 보쌈·새콤달콤 채소무침 찰떡궁합 

칼국수·만두 일품 … 보리정식에 절로 탄성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이나 지난 20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맛을 이어온 가게가 있다. 인천 남구 주안 1동의 '청주보쌈'은 지난 1990년 조그만 칼국수 집으로 문을 열었다. 유재후(66·여) 사장의 정갈한 맛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손님의 발길을 잡았고, 4년 뒤 원래 가게에서 몇 걸음 떨어진 현 위치로 건물을 확장해 옮겨왔다. 이후 만두, 보쌈, 족발, 보리정식, 파전 등 메뉴를 더해 인천시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메뉴가 다양하면 대박집이 아니란 세간의 말도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어떤 음식이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메뉴가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
이 집의 터줏대감격인 바지락 칼국수는 특유의 시원한 국물과 함께, 직접 반죽해 두툼하면서도 쫄깃한 면의 씹는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대파, 양파, 마늘, 다시마 등 6가지 재료를 넣고 3시간여 끓여낸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보쌈은 고기를 삶는 과정에 맛의 비결이 숨어있다. 질 좋은 돼지고기의 목살을 약간의 된장과 마늘, 양파 등 야채를 넣고 삶는다. 여기까진 다른 음식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유 사장은 "이런 기본적인 재료 외에 아주 소량의 식용유를 넣으면 육질이 한결 고소하면서 부드러워진다"고 그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이렇게 푹 삶아진 고기 한 점을 아삭한 배추쌈에 넣고 생 무를 일일이 채 썰어 갖은 양념에 버무린 무채와 양배추·양파를 곁들인 새콤달콤 야채무침을 같이 한 입에 넣으면 환상적인 맛의 궁합이다.
20년 경력의 유 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음식은 만두다. 모든 걸 직접 손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주인장은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도 하나하나 칼로 썰어 준비한다. 김치, 고기, 당면, 두부, 대파, 부추 등을 한데 넣어 버무린 뒤 만두피에 가득 얹고 동그랗게 빚어낸다. 만두를 전담해 빚는 직원만 3명이다.
그의 고집으로 만들어진 만두는 맛을 인정받아 설 명절에는 하루 20만개가 넘는 수량이 포장 판매되고 있다. 두어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커다란 크기와 고기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노란 기름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담백함이 특히 큰 점수를 얻고 있다.
고기와 밀가루가 싫다면 된장찌개와 비지찌개, 7가지 나물이 한상으로 나오는 보리정식을 추천한다. 탱탱한 보리밥에 콩나물, 호박무침, 채김치, 버섯무침 등 야채를 넣고 태양초 고추장을 쓱쓱 비비면 향긋한 건강 비빔밥이 완성된다. 구수한 비지찌개와 된장찌개는 매콤한 비빔밥 맛을 한층 더 돋운다.
이 밖에도 국내 암소 뼈만 선별해 뽀얗게 우려낸 물에 직접 방앗간에서 쌀을 찧어 만든 떡국, 간장으로 맛을 내는 족발, 두툼한 파전 등도 수시로 손님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름에는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게다가 모두 손으로 꼼꼼히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청주보쌈은 직원이 13명이나 된다. 모두 5년 이상을 근무한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유 사장은 "10년 넘게 같이 일해 온 사람도 있다"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며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책임을 다해 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한결같은 맛을 지켜올 수 있었다"고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청주보쌈은 만두소와 열무김치를 제외하고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은 늘 당일 아침에 새롭게 만든다. 덕분에 아침에 할 일이 산더미같이 많지만 유 사장은 긴 세월동안 철저하게 지켜오고 있다. 일종의 그의 원칙이자 자존심인 셈이다.
식당은 160여 평 규모로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한꺼번에 200명도 수용가능하다. 가족외식은 물론 회식장소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뜨끈한 국물의 칼국수와 만두국, 언제 먹어도 맛있는 보쌈과 족발, 시골의 향기가 느껴지는 보리밥상 등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032-433-7632
/글 심영주기자·사진 양진수기자 blog.itimes.co.kr/yjshim



인터뷰 / 유재후 사장


가족 대하는 정성으로 재료부터 깐깐히 준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여도 손님이 안 찾을 땐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유재후 사장은 지금껏 이 믿음 하나로 가게를 운영해 왔다. 사장으로서 정성을 다한다고 생각해도 손님이 외면하다면 자신의 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주위에서 권유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모든 음식의 간을 보고 있는 그는 가맹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그 모든 곳들의 맛을 똑같이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바위 부근에 동생이 운영하는 가게가 1곳 있고, 용인에 2곳, 이천에 1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 운영하고 있 지 남들 손에 맡기진 않았지요."
유 사장의 맛에 대한 고집은 유명하다. 좋은 음식의 첫 걸음은 좋은 재료라고 생각하는 그는 처음 장사를 시작 할 때부터 무조건 최고의 재료를 구입했다. 이젠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 온 터라 거래처에서는 가장 신선한 제품을 항상 그의 몫으로 빼놓는다고 한다.
유 사장의 깐깐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혹시 모를 농약이 있을 까봐 열무김치의 경우 소금에 절인 뒤 4번 씻는 횟수를 합쳐 총 9번을 물에 헹궈낸다.
이토록 정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 하는 그의 손맛에 청주보쌈은 국외에서도 늘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다. 유 사장은 "일본 기업 중 한국에 지점을 내고 왕래하는 일본인 사업가 30여명이 있는데 2달에 한 번씩은 꼭 들려 보쌈과 파전을 즐겨 먹는다"며 "갈 때는 꼭 김치겉절이를 포장해 달라고 해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손님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면서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맛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심영주기자 (블로그)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