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思 ▧
이번 6·2 지방선거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거센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 간 인천시장 후보가 확정되면서 인천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선거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인천은 서울을 비롯해 그밖의 다른 시도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인천은 관선시대를 포함해 민선 4기까지 인천 출신이 한번도 시장에 임명되거나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유능한 인천 출신 리더가 없어서 그렇다기보다 능력있는 비인천 출신 리더에게 인천이 매력 있는 도시로 인식되어 왔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천 출신 여부가 아니라 인천을 얼마나 알고 있고 인천에 얼마나 진심 어린 애정을 가지고 있으냐 하는 점이다.

예컨대 인천에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구월동에는 달이 아홉 개가 있었고 십정동에는 우물이 열 개가 있었으며 달 꼬리처럼 생겨서 월미도라고 주장할 수 있고 석바위나 석암동은 과거에 바위가 많았던 곳이라거나 신포동과 신흥동의 명칭이 지니는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한 채 싸리나무가 많아서 싸리재가 되었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곳이 인천이다.

아마도 이런 식의 단순한 해석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국에서 인천이 유일할 듯하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 상태에서 인천의 정체성이 실종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이런 실정을 감안할 때 인천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인천의 역사와 전통을 한층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천의 문화와 정신을 더욱 구체적으로 감각해 내는데 최선을 다 할 후보가 당선되기를 원한다.

인천은 2014년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송도신도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송도신도시 개발을 포함한 각종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천의 도시적 위상은 괄목할 만큼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개발에만 의지해서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도시가 될 수는 없다.

인천시민은 여야를 떠나 반드시 인천문화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시장 후보를 당선시켜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인천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떤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후보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인천을 제대로 알고 있는 토박이 지역원로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여의치 않으면 외부의 민속학에 정통한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움도 청할 수 있는 의향이 있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인천에는 인천의 지명이나 역사, 문화에 대해서 문헌에 적시된 내용을 그저 기록으로만 알 뿐 그 내용을 해석할 수 있고 해석된 내용의 의미를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전혀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산이라는 지명에 근거해서 명칭의 역사적 유래도 모른 채 엉뚱하게 학이 인천의 시조가 된 것도 앞서 지적된 바와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동안 사라졌거나 왜곡된 채 방치되어 왔던 진정한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하루 빨리 복원하고 재현해 내야 하며 이런 토대 위에서 행해지는 개발과 건설을 통해 비로소 인천이 동북아까지도 뛰어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음할 수 있다.

인천문화는 인천의 발전에 있어서 그저 생색용으로 끼어넣는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도시의 브랜드는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으로 결정되며 그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면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버려지다시피한 인천의 구도심을 살려야 할 책무도 새 인천시장에게 주어져 있는데 이 구도심도 단순한 재생사업이 아닌 문화적인 차원에서 정비하고 재건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나마 남아 있는 인천의 흔적을 지키고 지워진 자취를 살리는데 매진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기 인천대 국문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