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570 )
'무한(無限)'이란 개념을 사전에서는 "수학, 신학 및 철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며, 대체로 끝이 없거나 한없이 큰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항공(航空)'에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의미 조합이 '무한비상(無限飛上)'일 수도 있겠다고 유추케 한 것은 인천국제공항 측이다. 국가 관문인 공항 입구에 '무한비상'이라는 이름으로 공모 당선된 제법 큰 규모의 조형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한 때문이다.

언뜻 보기엔 공항이 내세울 수 있는 그럴 듯한 미래지향적 상징물로 보인다. 영원히 발전하며 끝없이 커 가는 공항 등등. 그러나 무한의 기호 '∞'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이번 조형물에는 의미론적 문제가 엿보인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는 첨단과학으로 운용돼야 하는 공항과 '끝이 없거나, 한없이 큰' 개념은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은 재고해 봤어야 할 측면이 아닐까 싶다.

'뫼비우스의 띠'의 상징적 의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에서 대체로 '끝도 시작도, 안도 바깥도 없는 모호하고도 영원한 대립과 투쟁의 상태 또는 계속된 굴레나 멍에'를 뜻하고 있음이 더불어 떠오르는 것이다.

먼젓번에 세운 조형물이 남성의 '성'을 연상케 하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던 공항 측이 이번에는 '답답한 제자리의 무한비상'을 새 조형물로 결정했다니 난감하다. 공항의 궁극적인 업무는 항공기를 깨끗하게 이ㆍ착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무한으로 비상'해 어쩌자는 얘기인가? 도대체가 뒤죽박죽이어 어지럽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