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184 )
프랑스 출장길에 오랜만에 드골 대통령의 향리(鄕里)인 꼴롬베를 찾았다. 파리 동쪽 250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꼴롬베에는 드골 대통령이 초급장교 시절인 1934년에 구입한 저택 라보아서리와 묘지가 있는 곳이다.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군인이자 정치인으로 '위대한 프랑스'를 주창하던 장군의 채취와 족적이 남아있는 곳이어서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었다. 꼴롬베에 갈 때마다 라보아서리 저택에서 프랑스의 미래를 구상하면서 전쟁회고록 등을 집필하다가 사후에는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등 숱한 공식 직함을 모두 생략한 채 사를르·드·골(1890-1970)이라는 이름과 년도만을 비명에 남긴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프랑스의 영웅을 모시는 팡테옹 신전을 고사하고 향리의 공동묘지에 일찍 세상을 뜬 딸의 묘지 옆에 안장해 달라는 유언을 프랑스정부는 존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차대전을 연합국들과 함께 승리로 이끈 후 독일과의 영원한 화해를 모색하여 궁극적으로는 유럽연합(EC)의 길을 닦고 동서냉전을 데탕트로 이끈 것은 드골의 세계사적 업적으로 꼽힌다. 오늘날 프랑스를 첨단산업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도 원자력, 항공산업, 초고속 열차 등 드골 대통령 당시의 중장기 산업개발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25년만에 다시 찾은 꼴롬베는 과거와 크게 다른 것이 없었지만 파리에서 고속도로가 개통돼 있었고 2008년에 개관한 드골기념관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념관에는 군인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시까지의 업적과 활동상이 많은 자료들과 함께 첨단기법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전시돼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꼴롬베에서 기념관을 보고 나오면서 우리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기념관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