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민노 배진교 '대항마' 결정 … 신맹순 출마뜻 고수

한나라 강석봉-최병덕 공천방식 시각차 '안갯속'

인천시 남동구는 10년 간 한나라당이 장기 집권을 해왔던 곳으로 8년 간 지역구 시의원 4명 모두 한나라당이 거머쥐고 있었던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다. 구의원 역시 여권이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던 곳이다. 한나라당은 그만큼 조직력을 갖추고 있어 큰 잡음없이 자치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일사불란하게 후보자를 정한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시끄럽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한 번 바꿔보자'는 분위기와 '그래도 한나라당'이라는 여론이 공존하는데다 최근 범야권 후보 단일화 바람이 훑고 지나가면서 누구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게다가 이 흐름을 막아낼 강력한 후보가 없다는 점은 여·야 양쪽 모두에게 기회다. 또 현 구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나가 새 판 짜기에 가장 유리한 곳이기도 하다. 후보자 간 다툼이 치열한 데 반해 지역 이슈는 약하다. 간석동 일대 재개발 구역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지역 갈등을 야기할 만큼 무겁지는 않다. 지역에 거주하는 새터민과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율이 높고 만수주공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등 저소득층도 다수가 이곳에 사는 등 복지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후보자들이 공약을 차별화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남동구 자치단체장 선거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 이를 잠재울 여권 후보자가 누가 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달 초 민주노동당 배진교(41) 예비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결정됐을 당시만해도 분위기는 싸늘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성하현(53) 전 예비후보와 신맹순(68) 예비후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민주당 인천시당마저 반으로 쪼개져 단일화가 물건너가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대의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어 동요를 잠재웠고 성 전 예비후보가 중앙당 결정에 승복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성 전 후보가 자신이 선거사무실로 사용하던 곳을 배 후보에게 넘겨줬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에서는 시장 후보까지 단일화에 합의를 이룬다면 승리를 이끄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남동구 유권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도 진보세력이 표를 얻는데 유리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어수선하지만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면 조직이 결집돼 오히려 효과를 높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불 가능성은 남아있다. 당장 구심점을 잃어버린 민주당 시의원, 기초의원 후보들은 갈팡질팡하다. 배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진행했던 민주당 세력이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이끌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미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힘을 잃어버린 남동구 지역당이 이번에 완전히 침몰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선거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또 민주노동당 후보로 승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여권 예비후보는 "배진교 후보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한 것은 인정하지만 사람들이 민노당에 한 표를 던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맹순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반발해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으로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탈당은 하지 않은 상태다.
한나라당 후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나라당 출신 시의원 3명이 모두 구청장 선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일찌감치 여권 후보자 면면이 정해졌지만 결정은 더디다.
지난달 신영은(60) 예비후보가 최병덕(52) 예비후보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탈락하면서 최 후보와 을 지역구 강석봉(55) 예비후보 간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초반 흐름은 강 후보 쪽으로, 최근에는 최 후보가 힘을 받고 있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독주하던 강 후보는 2008년 총선 뒤 행보가 초반 상승세를 갉아먹고 있고 시의원으로 있으면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최 후보는 탄탄한 당내 지지를 기반으로 이를 회복하는 추세다.
후보자 공천 방식을 두고도 후보자간 시각차는 뚜렷하다.
강 후보는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같이 실시할 것을, 최 후보는 선거 일정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여론조사로만 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두 후보가 각각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 기관별로 500명씩 여론조사를 진행해 이를 더한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 후보는 당내 여론조사를 더 선호한 반면, 강 후보는 정책토론회를 열 것을 시당 쪽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기 유리한 지점이 다르다보니 이번 공천 방식에 조금씩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오는 20일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