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창 GM대우 비정규직 지회장 내일 900일째 천막농성
"자유란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 인천공장 한켠에는 신현창(36·사진) GM대우 비정규직 지회장이 노조원들과 함께 지키고 있는 천막농성장이 있다. 허름한 천막이지만 역사가 깊다. 2007년 10월30일 노조원 50여명이 회사에 '해고자 원직 복직·비정규직 지회 인정·외주화 저지'를 요구하며 천막을 꾸렸다. 그렇게 시작한 농성이 이달 16일이면 900일째를 맞는다.

신 지회장은 2003년에 GM대우에 들어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처음 몇 년은 순탄했지만 2007년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 안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청회사로 밀어내며 문제가 터졌다. 근로조건과 임금의 저하가 불 보듯 뻔했다. 결국 27명의 노동자는 비정규직 지회를 설립했다. 회사 노무관리자들의 욕설과 협박이 뒤따랐지만 노조가입자는 일주일새 1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회사는 비정규직 1천명에 대한 순환휴직을 단행해 원성을 샀다. 그것은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었다. 노조는 고공농성과 원정투쟁, 단식을 하며 맞섰지만 결국 회사를 이기지 못했다. 긴 싸움에 노조원들도 하나 둘 떨어져나갔다. 현재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는 20명 남짓, 그중 대부분이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들이다. 신현창 지회장은 이 지리한 싸움의 과정에 대해 격분하거나 낙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비정규직 해고와 노조 불인정, 업체를 폐업하는 회사에 맞서 묵묵히 저항할 뿐이다.

그는 "해고자 중 30대는 그나마 새 일자리를 찾지만, 40대부터는 막노동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정규직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면 다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스스로의 단가를 낮추고 새 일자리를 얻는다.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에 대해 "생산에는 참여하지만 분배받지 못하고, 소비 영역에 참가하지만 그것뿐,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존재"라며 중세농노의 예를 들었다.

/노형래기자 blog.itimes.co.kr/tru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