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강화군 선원면 한 농장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이 이틀만에 5개 농장을 전염시키면서 이 일대 축산업을 그야말로 초토화 시키고 있다. 구제역의 빠른 확산은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고 강화 전역을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급기야 당국은 위험지역을 반경 500m에서 하룻만에 3㎞로 확대 조정하고 반경내 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대한 '살처분 매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살처분 대상 가축은 무려 2만8천750마리에 이른다.

감염 확산방지를 위한 사투를 건 방역활동과 함께 지역내 전 가축에 대한 이동제한조치도 내려졌다. 축산농가가 있는 마을마다 진입로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있고 차량 진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생석회와 소독약으로 인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거리에는 경찰과 군인, 방역요원들 뿐. 너무 한산한 나머지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살처분 매립될 소와 돼지들이 커다란 덤프트럭에 실려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방역기간 외지인의 강화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느닷없는 구제역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강화지역의 참혹한 전경으로 불과 십수일전 발표한 정부의 구제역 종식선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돼 버렸다. 구제역 완전종식 선언이 이 땅에서 계속 실현될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 및 검역체계 강화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발생농가 주인이 중국을 다녀온 사실이 발병원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지만 당국의 방역정책의 허점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는 구제역 피해농가들이 다시 생업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농가들은 정부의 보상이 어떤 수준으로 실현될 지 불안하기만 하다.

살처분 농가들의 경우 재입식 후 출하시까지 최소 1년 반에서 2년간 수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 농가는 "자식같이 키워온 젖소를 죽이게 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대부분 농가의 부채가 수천에서 수억원이 넘는데 정부의 살처분보상금, 정책자금 상환연기 등 '땜질식 보조'로는 살길이 막막하다"면서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특히 농가들은 유사한 사례의 보상을 둘러싼 마찰을 익히 보아왔던 터라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보상기준의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적정수준의 합의점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축산업을 계속하자니 가축 입식비, 사료 및 약품값 등을 부담할 여력이 없고 막상 생업이었던 축산업을 포기하자니 살 길이 막막하다"는 한 농부의 말처럼 이들 농가의 수심을 달랠 대안이 요원하다.
 
/왕수봉 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