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핸드볼 인생 활짝
작년부터 각종대회 중계 … 한체대 등서 일반학생 지도


"아~저기서 저렇게 패스하면 안되는데…."

'96애틀랜타 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공 조은희(38·서흥초-상인천여중-인천여고)가 해설자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지난 9일 '2010 인천컵동아시아 실업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인천시립도원체육관을 찾은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코트를 주시하며 경기를 중계했다.

조은희는 96년 올림픽 무대를 끝으로 은퇴한 뒤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한체대와 순천향대에서 엘리트 핸드볼 선수들이 아닌 일반 체육대학 학생들을 지도하며 핸드볼 저변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유소년 유스 올림픽대회'와 '4대륙 여자 선수권대회'를 'i 스포츠'에서 인터넷 중계를 맡았던 것이 계기가 돼 최근엔 '2010 SK핸드볼큰잔치'에서 SBS 해설자로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핸드볼 해설자로 변신했다.

"해설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가장 신나는 건 역시 선수로 직접 코트를 뛸 때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핸드볼을 알린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죠. 해설도 매력 있긴 한데 아직은 익숙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는 "해설하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아깝다', '에이 저러면 안 되는데'하고 혼잣말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는 후배들을 알아 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교나 대학 후배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을 가장 좋은 점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예가 고등학교(인천여고) 후배인 류은희(벽산건설)다. 그는 "은희는 고등학교 때도 잘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체격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선수가 실업에 가더니 지난 핸드볼 큰 잔치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득점상(37골)까지 차지해 놀랍기도 하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핸드볼 최강팀으로 전국을 호령하던 인천여고가 최근 비즈니스고(선화여상)에 밀려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는 점에는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천여고는 '92바로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홍정호(36·구월초-상인천여중-인천여고), 이호연(39·서흥초-상인천여중-인천여고), '96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미심(40)·조은희·김랑(36·구월초-상인천여중-인천여고) 등을 배출해 낸 핸드볼 명문고다.

조은희가 졸업하고 2년 뒤 홍정호마저 졸업하면서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 한 비즈니스고에 밀려 점점 정상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미심언니나 호연언니랑 전화통화를 하면서 후배들이 경기에서 지는 걸 안타까워하죠. 다들 기회가 되면 모교에 자주 찾아가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해요."

그는 해설을 하면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아직 버리지 못한 선수시절 버릇을 살짝 공개했다.
"물건이 떨어지거나 무언가 갑작스레 다가오면 발이 먼저 나가요. 은퇴한지 벌써 1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남편이나 주위사람들은 직업병이라고 놀리기도 해요."

조은희는 도원체육관과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학교보다 이곳을 더 많이 왔죠. 거의 여기서 먹고 자고 했어요. 비오는 날이면 비가 새 걸레와 양동이들을 놓고 운동했고, 밤엔 전기비 아낀다고 불을 꺼놓고 운동을 하기도 했죠.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연습하느라 오히려 집중력 연습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저 뿐 아니라 이곳은 인천에서 핸드볼을 했던 선수라면 누구나 추억이 많은 곳이죠. 인천 핸드볼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조은희는 "최근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지고, 임오경 선수가 TV 광고도 찍는 등 핸드볼이 대중에게 많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던 핸드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인천에서 열린 인천컵 동아시아대회는 조은희와 같은 인천이 낳은 핸드볼 영웅들이 오랜만에 인천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는 훈훈한 모습들이 비쳐지면서 대회못지않게 인천핸드볼발전을 위한 뜻깊은 자리가 됐다.
/심영주기자 (블로그)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