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군의 명예가 다치지 않는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

인천 백령도 앞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사고에 대해 군 핵심 관계자의 언급이다.

사고 초반부터 온갖 추측과 의혹들이 난무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군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사실상 군 당국이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각종 논란과 의혹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대해 해답이 될 만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니 밝히지 않았다가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와 군 당국의 발표처럼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후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에도 일명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이냐라는 점이다.

군이나 정권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이미 군의 명예를 지키기는 어렵게 됐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섰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아는 만큼 제대로 공개하고 있다며 세간의 의혹에 항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이미 신뢰와는 거리가 있다.

사고 이후 군 관계자와 해경 관계자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확인할 일은 모두 국방부에 물어보라는 투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인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부 대변인 입만 쳐다보라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된 모든 이의 입에 재갈이 물려졌다. 바로 정보통제다. 언론이 한 사람이나 한 기관에서만 나오는 얘기만 받아쓴다면 이미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제발 살려달라.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얘기 할 수 없다. 군에서 발표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얘기가 많다." "언론과 접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경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복합적인 원인이라는 것만 알아달라."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전문가를 불러와 사고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 등은 군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사고 진실을 알고 있다는 투다. 하지만 모두들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문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 초래된 혼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장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군의 명예를 위해서인지, 정부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분명히 할 때다.
 
/남창섭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