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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됐을 때 국민들이 경악했다.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 연일 국민의 눈은 숭례문에 쏠렸다. 각종 언론도 숭례문 화재와 관련된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관심 밖으로 밀렸다. 코리아 냉동물류창고 화재, 경기도 용인시 고시원 화재, 가장 최근의 임진강 수난사고 등 사회적 이목을 끈 대형 사건사고 모두 그렇다.

이같은 대형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결같이 나오는 말이 '인재(人災)'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하는 뒤늦은 반성이 나오지만 그저 '실천이 없는' 자기 고백뿐이다.

필자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은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방지할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소홀히 넘기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점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후회다.

6명이 사망한 연천군 임진강 수난사고는 북한이 수백만t의 물을 일시에 방류한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충분히 대처할 수가 있었던 사고였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로 봐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불감증을 '둔감하여 느끼지 못하는 증세'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불감증은 위험요소를 느끼지 못하는 증세이다.

작년 7월 양평군 용문산에서 등산객 12명이 하산중 집중호우로 인해 불어난 계곡물에 갇히는 조산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양평소방서 구조대에 의해 17시간후 구조됐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당일 양평군 관내 강수량은 243㎜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산행의 위험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충분한 음식과 식수, 몸을 보온할 여분의 옷가지 등도 챙기지 않았다. 산행의 기본을 무시한 무모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안타까운 사연 하나를 더 소개한다.

여름휴가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 8월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 흑천에서 익사사고 있었는데 사망자는 음주상태에서 안전선을 넘어 수영을 즐기다 변을 당했다. 음주상태에서 물에 뛰어드는 일, 특히 온도변화가 심한 자연하천에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술을 먹으면 절대 물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이 낳은 비보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재난구조처리건수는 2002년 이후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 를 제1의 원인으로 꼽는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로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지 않고 철저히 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한 안전의식의 변화이다. ▲셋째는 인력·장비·시설의 보강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최대의 불행은 과거 재해의 교훈을 살리지 못한다'는 유럽속담이 있다. 한 번의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노력하는 길만이 미래에 우리 자손들에게 남겨줄 소중한 교훈이 아니겠는가?
 
/이승규 양평소방서용문119안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