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은 너무 황공하고 분조원들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두 번 다시 그런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그 다음날부터는 쉬는 시간에도 망치질을 했다. 분조원들은 하얗게 돌가루를 덮어쓴 얼굴을 머릿수건으로 닦으며 툭탁툭탁 쉬는 시간에도 망치질을 하는 성복순을 바라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저 동무는 체니(처녀)처럼 얼굴도 곱상하고 젊은 사람이 무슨 짓을 하다가 이런 데까지 왔을까?』

 『필시 간부들하고 놀아나다가 모가지를 날렸을 기야. 길치?』

 『기거야, 본인이 말 안 해주면 어케 알아. 암튼 인물이 아까워.』

 『벌써 찍혔다는 말도 있어.』

 『기르디. 대열과 능구렁이 보위들이 기냥 내버려 두갔어? 며칠 있으면 데리고 가서 비서나 부비서 어깨라도 주물러 주라 하면서 깔개로 고이갔지….』

 『길디…기래야 그치들도 에미나들을 하나씩 꿰차디.』

 『기거 참, 뻔한 걸 가지고 왜 자꾸 입초시에 올리고 기래. 저 아주마이 들으면 살 맛 떨어지게…?』

 분조원들은 망치를 놓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그런 이야기라도 주고받으며 누군가를 질겅질겅 씹어댔다. 그렇잖으면 배가 고파서도 못 견딘다면서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킬킬킬 웃어댔다.

 그런 시간에도 성복순은 열심히 망치질을 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그녀는 먼저 온 선배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누어도 자신 앞에 떨어진 개인책임량을 완수하기 위해 팔이 빠지도록 망치질을 했다. 그렇지만 역부족이었다. 작업총화 때 자신이 생산해낸 돌을 세어보면 대부분 아홉 개뿐이었다. 분조원들은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가상하다며 그녀가 못다 채운 10개째 돌은 우우 달려들어 도와주었다.

 그때였다. 부비서가 종합지령실 보위원들을 대동하고 작업총화장을 둘러보러 나왔다. 부비서는 1분조와 2분조가 작업총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잠시 후 3분조 쪽으로 다가왔다. 부비서는 뒷짐을 진 채로 3분조원들이 생산해 놓은 돌무더기를 살펴보다 성복순을 발견하고는 잠시 의아해 했다.

 『이보라 238번, 날 모르갔는가?』

 복순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싶어 유심히 부비서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그러다간 잘근, 혀를 깨물면서 돌아섰다. 친정 집 옆에 사는 당 세포 동지가 분명했다. 그녀는 이런 곳에서 하필 큰오빠와 친구지간인 당 세포 동지를 만날 게 뭔가 하고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있었다.

 『따라 오라우.』

 부비서는 명령하듯 한 마디를 남기고 저벅저벅 앞장서 걸어갔다. 그녀는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부비서의 뒤꽁무니만 지켜보며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238번! 빨리 가디 않쿠 뭐 하는 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