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단상
1957년을 제정 원년으로 하는 신문 주간이 올해로 54년째이다. 그동안 신문 주간 표어를 일견해 보면, 한국신문 54년의 역사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흔적이 역역하다. 독자 앞엔 등불처럼, 세상 앞엔 거울처럼(2005년 신문주간표어) 거친 파고에 등대가 되어 국민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결의와 함께 역사 앞에 당당한 거울이 되어 성찰의 좌우명도 되자는 염원이 담겨있어 신뢰가 간다.

60대를 넘는 독자층은 기억하겠지만, 타블로이드판 4페이지 신문을 읽다보면, 엄지손가락과 손바닥이 새까만 잉크가 묻어났고, 마갱지의 지질이 나빠 군데 군데 인쇄 글씨가 보이지 않아 대충대충 건너뛰고 읽던 시절 AP·UP 통신(UPI로 통합)의 전문으로 전해지는 해외 소식이 얼마나 대견했든지 그날의 화제가 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고급 신문용지(권취지 46g지질)로 1일 64페이지 지면에 천연색 인쇄, 컴퓨터 그래픽 제호, 각종 기법이 동원된 제작 과정 모두가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그보다도 더 놀랠 일은 모바일 미디어를 개발하여 실시간으로 뉴스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테크놀로지는 신문의 발달이 어디까지 갈는지 상상을 불허한다. 그러나 우리 신문사에는 지워질 수 없는 상처가 있다.

1986년으로 기억된다. 도하 각 신문은 북한이 금강산댐을 폭파하여 남한에 물 폭탄 공격을 획책하고 있다는 초호 전단기사를 게재하였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88올림픽을 방해하고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어 국내 수력발전소를 마비시켜 서울 지역을 초토화시키려는 전략으로 금강산댐을 무기화 한다는 기사였었다. 기사는 이 경우 서울 시내의 3분의 1이 수몰되고 63빌딩의 20층까지 범람하여 서울시민이 다 죽게 된다는 해설이었다.

각 신문은 전문가를 동원하여 해설기사를 실었다. 출처를 정부 발표로 밝힌 신문들은 북한의 기도를 대응하기 위해선 평화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속보를 썼다. 정부당국의 발표를 분석 비판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신문들이 오히려 어깨띠를 하고 성금을 독려하는 모금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인, 언론 단체 간부의 움직임까지 계속 속보를 띄웠다.

아웅산 테러사건을 경험한 국민들은 신문보도를 사실로 믿고 유치원 어린이 초등학생들까지 돼지저금통을 깨어 성금을 함으로서 687억원이 모금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5공화국의 정권 안보용 사기극이었음이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밝혀졌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사태 후의 대목이었다. 사기극의 진상이 밝혀진 후에도 신문이 비판기능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진솔한 사과를 독자들에게 계시한 신문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오보에 대해 호외로 정정기사를 보도한 사실이 있음을 알고 있는 독자들은 기사출처인 정부측에 책임을 전가하는데 그쳐서는 안되고, 독자 앞에 마땅히 신문이 사과를 하였어야 책임 있고 성숙한 언론의 자세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신문들은 자기반성에 인색하였다. 신문주간을 맞이해 이 부분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는 인쇄매체 679개지, 전파매체 452개사가, 신문은 1개사가 하루 61만 5천자의 뉴스를 보도하고 있고, 방송은 하루종일 뉴스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의 신문은 현대인이 요구하는 정제된 뉴스의 선택으로 바뀌어야하고, 진화하는 오늘의 사회변화 속에 알맞은 메시지와 정보를 찾아내어 전해주는 정직한 제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의화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