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다음은 본보 초대 편집국장을 역임한 오종원 선생이 들려주신 말씀의 한 대목이다. 인천상의 조사부장 시절, '인천상공회의소 90년사' 집필에 필요한 자료가 국내에 없어 일본 오사카상공회의소 도서관을 찾았다고 한다.

거기서 어렵사리 찾아낸 책이 결본 '인천상공회의소 소보(所報)'였는데 도서관 측이 이례적으로 해외대출까지 해주었고, 단단히 포장해 보내 온 우편물 속에는 사서(司書)가 정성스레 쓴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본 오사카상공회의소 도서관이 소장한 이래 귀하가 최초로 대출하는 것입니다. 본 도서관은 귀하께 대출하기 위해 이 책을 지난 60년간 보관해 왔습니다. 부디 소중하게 다루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 담당 사서 올림"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단적으로 읽게 해 주는 감동적인 사연이었다. 반면에 우리나라 도서관은 아직도 그 수가 절대 부족하고, 장서수도 턱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보존 서고(書庫)'는 대부분이 없는 실정이다.

목하 일부 지식층이 무슨 유행병처럼 '인문학 부흥'을 운운하고 있지만, 창피스럽게도 도서관 장서인(藏書印)이 찍힌 수십년 된 고서들이 보관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종이값으로 처분되고 있는 게 우리 실상이다.

도서관의 기능에 대한 인식 부족 혹은 무지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더불어 숫자상으로는 고만고만한 도서관들이 늘고 있지만, "인천시 전체 도서관의 장서수가 서울대도서관보다 적다.(본보 사설 3월 29일자)"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 판에 무슨 허울 좋은 '인문학'일까. 도서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