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자가 명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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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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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단상
1994년 미국에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에 있어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된 '연방구매능률화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는 연방 정부기관들이 공급업체들의 계약이행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향후 공급자 결정시 중요 요소의 하나로 반영할 수 있도록 관리예산처 산하 연방조달정책실에서 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이 지침에는 계약이행실적 평가기준과 계약이행실적에 관한 정보의 수집, 관리 및 제공을 위한 정책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들의 경우 과거 거래를 평가하여 그 결과를 향후 거래에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으나, 이 법은 미국 연방정부에게 이러한 민간분야에서의 관행에 따르도록 법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며, 연방정부가 계약이행실적 평가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연간 조달 규모가 5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구매조직이다. '계약이행실적 평가제도'를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률은 당연히 미국 연방정부조달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 법 시행 이후 모든 연방 기관들은 계약금액이 10만 달러를 초과하는 모든 계약들의 이행실적을 기록 관리하고, 이를 향후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주요 평가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계약자에게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를 유지하고, 미흡한 실적을 개선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여 최상의 계약이행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정부조달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그동안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지난 2002년 9월30일부터 나라장터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같은 노력은 2003년 제1회 유엔 공공서비스상 수상, 2004년 유엔 조달분야 세계최고 시스템으로 선정, 2006년 제4회 세계정보기술올림픽(WCIT) 공공분야 우수상 수상 등 국제사회의 인정을 통하여 비로소 투명성과 효율성에 관한 불명예를 씻어내게 됐다. 공공조달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08년도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조달 총규모는 100조 9천364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천23조9천377억원의 약 9.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조달 수요는 이와 같이 매우 크지만 1994년 이전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공급자의 계약이행실적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설공사의 경우 시공 평가결과를 일부 반영하는 제도는 있으나 시설공사의 품질을 실질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물품의 제조 또는 구매계약에 있어서는 입찰가격 외에 품질을 참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는 있으나 이를 시행할 구체적인 하위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자의 계약이행은 납품검사나 준공검사로 사실상 종료되므로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이행이후에 확인할 수 있는 품질수준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향후 낙찰자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제도 미흡으로 인해 공급자는 최상의 계약이행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여지가 있으며, 조달물품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정부조달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최대 과제는 계약이행실적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조달시장의 수요자인 공공기관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품질을 위주로 계약이행실적을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향후 공급자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계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빠를수록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호 인천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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