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관유예회전
60년대 화가 꿈키우던 그들

26일부터 내달1일까지 유재민 등 7명 작품 선봬


1960년대 청관거리, 즉 지금의 차이나타운은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남녀학생들로 북적였다.

소년소녀들의 손에는 붓이 들려 있었고 캔버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송도, 동산, 인천, 제물포, 인일여고 등 인천지역의 미술명문학교의 미술부 학생들이었다. 당시 송도교에는 황추 선생이, 동산교에는 박영성 선생이 각각 교편을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 나라 물감의 대명사였던 모나미 물감을 썼지만 집안 사정이 좋은 학생들은 일본 물감인 '사쿠라물감'을 갖고 다녔다.

미술보다는 '이성'에 관심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러 온다는 핑계를 대고 미술부여학생들을 쫓아다니던 녀석이 있던 것이다.

"쟨 니꺼, 쟨 내꺼다."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의 무리에서는 키득키득대는 소리가 터져나오기 일쑤였다. 물통으로 쓰기에 최고인 미군깡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투기도 했다.

그 때 까까머리로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은 이제 노년이 됐다. '제1회 청관유예회전'은 6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청관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이 다시 모여 그 시절을 추억하는 전시회다. 청관유예회전을 그대로 풀어쓰면 청관에서 함께 놀고 뭉쳤던 사람들의 회화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 4월1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소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엔 유재민, 박송우, 윤의웅, 윤주철, 이무웅, 이정박, 이종무 7인의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연령은 모두 65세 이상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한 작가 당 6점씩 모두 42점의 수채화, 유화 등 최근 작품을 만난다.

"그 때 우리 꿈은 정말 말할 수 없이 거창했어요. 저희들끼리는 그때 '청관파'를 만들어 프랑스의 인상파를 누르자는 얘기를 나누고는 했지요."

유재민(70) 회장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반드시 화가가 되고 싶었다"며 "부모님들에게 숫하게 두드려 맞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림을 다 그린 뒤 귀가길 우리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월미도의 석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새싹시절을 회상한다.

"그 붉은 빛깔은 바로 어제 본 것 같은 느낌으로 가슴에 새겨졌지요. 그 때 인천학생들 실력도 대단했어요. 전국대회를 휩쓰는 학생들은 모두 인천학생들이었으니까요."

유 회장은 "그 때만 해도 차가 없어 한 시간 씩 걸어서 청관에 왔다"며 "우린 모두 그때의 꿈을 이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미소짓는다.

청관유예회전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작품전을 열 예정이다. 또 회원들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개막식은 26일 오후 6시에 있다. 032-427-8401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