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선생의 인간과 삶을 처음 기린 분들은 도규계의 원로 신태범 박사, 미술평론가 이경성 선생, 언론인 감상봉 선생, 평론가 김양수 선생 등이었다. 그분들이 뜻을 모아 '우현 기념비'를 세웠던 것이 1974년이었다.

그 후 1992년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우현 고유섭 선생 동상'을 제작해 인천시에 기증했다. 이는 광복 후 우리가 선대 인천인을 기려 동상을 세운 최초의 사업이었다는 지역문화사적 의미를 지닌다.

우현 선생을 기린 또 한 분이 있다. 인사동 고서점 통문관의 주인 이겸로 선생이다. 생전에 교분이 있던 것은 아니나 검여 유희강 선생을 통해 흠모하게 돼 자비로 1993년 전 4권의 '우현 고유섭 전집' 을 냈다.

일개 고서점으로는 버거운 일이었음에도 전집을 과감히 펴낸 선생에게 인천시민이 큰빚을 진 셈이었다. 필자는 경의의 마음으로 이따금 통문관에 들러 인사를 여쭈었는데 90세 때도 알아보시곤 반겨주셨다.

최근엔 우현 선생의 후학인 진홍섭(92), 황수영(92) 선생의 노력으로 GS칼텍스가 5천만 원을 지원해 출판사 열화당이 2005년부터 내기 시작한 전 10권의 전집 중 마지막 권 '전별의 병(甁)'을 출판했다고 한다.

그렇듯 '우현 선생 선양 사업'이 맥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기왕의 사업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나아가 지역문화의 전통을 계승해 가는 축이 될 가칭 '우현재단'의 설립을 모색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문화는 남에게 꾸어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우현'이란 우리 문화자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