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송도 일대에 건립되고 있는 고층건물들과 인천지역 이곳저곳에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단지들이 인천의 역동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사진작가 김보섭의 '시간의 흔적'이란 전시회를 보면 인천의 또 다른 모습에 착잡한 느낌을 받는다.

'동구(東區)의 공장들'이란 부제가 붙은 전시회에는 다른 사진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2m x 1m짜리 대형작품 단 12점만이 전시되어 있다.

북성부두 일대에 있는 대성목재와 선창산업 그리고 폐쇄된 한국유리공장의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은 김보섭의 작품을 보면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상상하면서 미래를 설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전시된 사진은 분명히 작가의 카메라가 순간순간을 잡은 것이지만 작품 속에는 작가의 눈(眼)과 가슴(心)과 인천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난 사반세기동안 사라져가고 있는 인천의 사람들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청관의 중국인들을 찍었고 화수부두의 수복호 사람들에 이어서 이번에 내놓은 동구의 공장들은 인천을 사랑하는 작가가 270만 시민들에게 던지는 애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폐허가 되어버린 옛 공장터들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자는 작가의 호소는 대형흑백사진을 통해서 강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작가 김보섭은 인천의 과거를 기록하는 역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옛것을 제대로 간직하고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어야 제대로 된 도시가 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인천에 애정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개막식 행사를 끝내고 작품들을 보면서 150층짜리 고층건물보다도 김보섭의 존재가 인천의 시격(市格)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