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화려한 자동차행렬 꼬리와 화재현장의 불꽃 꼬리를 보았는가?

도시 빌딩숲에서 조화롭게 우거진 조명의 멋스러움과 병풍처럼 어우러진 불빛꼬리는 눈부신 번영을 머금고 있는 인간문명 소산인 한폭의 그림이다. 고층빌딩이나 산꼭대기에 올라 도시불빛을 즐겨보라. 찬란한 도시야경을 바라볼 때면 신비스럽기 그지 없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 낸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는 바쁜 길 재촉하며 훨훨 타오르는 인생 길을 숨가쁘게 열어가는 삶의 여정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즐비한 도시의 아름다움 속에는 어두운 복병이 도사리고 있음을 항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긴장하지 않는 느슨한 인간의 마음을 기다렸다가 갑자기 습격하는 저승사자다. 강 건너 불 보듯 먼 나라 얘기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들었던 목숨을 앗아간 뉴스! 그 뉴스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승길이 대문 밖이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죽는 일이 나와는 아무 관계 없이 먼곳의 일 같지만 실상은 아주 가깝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운전중 주의산만한 허점이 노출될 때면, 경거망동한 손 발짓이 있을때면 여지없이 죽음의 공습을 받게 되니 이 어찌 가볍게 넘겨야 할 생로병사류 사고이런가. 신경 곤두세우고 나를 추수리는 것은 물론이며 보고듣는 기능이 쇠약해진 약한분들에게도 흩어진 조심성을 집중시키자.

빛의 굴절현상으로 어른거렸다 사라지고 시야를 어지럽히는 신기루를 누구나 알 것이다. 화재현장에서 어른거리는 불꽃은 사납고 불길하여 너무나도 공포스럽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열된 아스팔트의 온도가 올라가면 차량이 달릴 때 전방의 노면에 사람이나 가로수,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도 화재현장의 어른거림과 마찬가지로 신기루의 일종이다.

요즘은 자동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향락을 좇는다. 연인과의 달콤한 시간, 고성음악, 핸드폰통신, 내비게이션 TV, 끽연, 음주 몽롱상태 등 나열된 모든 경우는 아차하는 순간 잠깐의 환상으로 끝나고 영영 되돌리지 못하는 악몽이 실현된다.

화재현장이든 아스팔트 노상이든 차량내 향락이든 신기루와 맥을 같이 하는 환상이다. 세가지 경우 모두 희미해진 눈동자 뒤에 감춰진 엄청난 재앙! 소름끼치는 결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도시미관의 극치를 이루는 자동차꼬리, 동물그림의 꼬리마감이 잘못됐을 때 작품은 망가질 것이다.

화재 불꽃꼬리를 잡아야 재앙을 잡듯 교차로 꼬리 끊기 역시 인명을 보호하고 교통문화 작품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감히 표현하고 싶다.
 
/이교환 인천중부署교통안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