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필자에게도 5년 가까운 세월 불운을 만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있었다. 당시엔 깨닫지 못했지만 신이 인간에게 흉운을 통해 시련을 주는 이유를 그때 알았다. 사람이 앞으로만 달리면 뒤에 뭐가 있는 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쉬어 뒤를 살피라는 의미에서 반성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결코 짧지 않은 5년이란 암흑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필자는 줄곧 신이 내게 준 시련에 대해 그동안 원망만 했지 반성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매일 술로 고통을 잊으려 했다. 알콜로 마비되어 버린 이성은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들었고,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마음은 야금야금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술에 취해 잠시 정신을 놓고 현실을 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을 때였다. 양팔을 겨드랑이에 끼고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뜨겁게 볼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이윽고는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가늘 길 없어 소리 내어 가슴으로 울었다. 나중에는 통곡으로 변했는데 얼마나 오래 계속되었는지 저절로 울음을 그치고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맑은 가을 하늘에 밤 별들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초가을 차가운 밤바람이 정신을 일깨운 탓인지, 아니면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다 쏟아내고 나서인지 몰라도 한순간 정신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갖 고뇌를 눈물로 다 쏟아낸 때문인지 심연(深淵)의 저 밑바닥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그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며 오기와 열기가 치솟고 있었다. 마치 언제 내가 그렇게 온 세상의 불행을 혼자서 다 짊어지고 살았냐는 양, 불같은 열기가 머리끝까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술에 절어 너덜대던 육신은 깡 소주로 인해 뱃속은 한없이 쓰리고 아팠지만 이상하게 정신은 맑고 곳곳에서 마치 파도처럼 기운이 타오르는 듯했다. 이렇듯 한 생각이 우주에 멈추자, 청명한 가을 밤, 어둠 속에서 밤 별들이 우박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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