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9일 인천시립극단 20돌 기념공연 관록·열연 두배우 "악극 중 최고 작품"


"1910년부터 65년까지의 구구절절한 우리 역사, 아픔, 그 시절 인간군상의 모습 등 이 속엔 모든 것이 녹아 있지요."

오는 5월 7일~9일 열리는 인천시립극단 20주년 기념공연 악극 '아씨'를 위해 인천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두 배우 김성원(74·사진 오른쪽)·오정해(39·사진 왼쪽)씨는 입을 모았다. 잔뜩 흐린 날씨와 달리 인천시립극단원들과 첫 대본연습을 마친 이들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했다.

"인천시립극단 이종훈 감독님께 제의를 받고 너무 좋아 다른 스케줄이 있음에도 덜컥 출연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활발한 방송활동과 공연은 물론, 동아방송대 전통연희과 교수직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정해는 아씨 공연소식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출연제의를 승낙했다.

5년 만에 아씨로 돌아오게 된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정해는 "막과 막 사이에 흘러나오는 아코디언 소리가 때론 대사를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다"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옛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구박, 남편의 외도에 평생 힘겨운 인생을 살지만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여인의 일생을 담았다.
극에는 '시어머니', '간난이', '은실이' 등 또 다른 아씨가 숨어있다. 그 시절 여인으로 살면서 각자 나름의 아픔을 가진 수많은 아씨들 중 한 명, 한 명인 것이다.

"이 공연으로 허리디스크까지 걸렸습니다. 후반부에 연기하는 할머니역에서 허리를 늘 구부리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내 어머니,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그 감정을 관객들과 함께 느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정해는 스스로를 준비된 아씨라고 소개하며 "어릴 때부터 소리를 하며 익혔던 사대부집 여자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 온갖 고난에도 자식의 행복과 부모님을 위해 참고 또 참는 아씨의 모습을 미리 연습한 셈"이라며 웃었다.
아씨의 시아버지 역으로 출연하는 김성원도 아씨를 극찬했다.

"악극 중 가장 슬프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줄거리 흐름이 자연스럽게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 내면서 억지로 짜내는 슬픔이 아닌,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눈물이 흐르게 하지요."
김성원은 한국 최초의 뮤지컬 '새우잡이'와 국내 최초 오케스트라 반주 속에 연기를 펼치며 현대 뮤지컬 양식을 수용했던 '살짜기 옵서예' 등에 출연, 한국 뮤지컬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평소 작품 때마다 후배들에게 엄한 연기지도를 하는 그는 "시립극단원들을 보니 옛 신파조를 그대로 살려내는 등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수준 높은 훌륭한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초연과 2005년 앙코르 공연에 이어 3번째 무대에 오르는 두 배우는 관객들에게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아씨는 고정되고 획일화 된 감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시아버지, 아씨, 친정어머니 등 많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각기 다른 감동과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 지는 관객여러분의 몫입니다."

아씨는 70년대 드라마로 방영돼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고 이후 오정해, 선우용녀, 고(故) 여운계, 전양자, 김성원 등 화려한 캐스팅의 악극으로 다시 태어나 장충체육관을 4천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메우며 '악극붐'을 일으켰다.

/심영주기자 (블로그)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