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죄수 신분이기는 하지만 창문에 붙인 비닐 막이 떨어져 나가 목욕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서 알몸으로 목욕을 하기에는 바깥이 너무 밝았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목욕은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그들은 옷을 벗어 벽에다 두 줄로 박아놓은 못에다 걸어놓고, 고무대야로 물을 퍼내 몸을 씻었다. 그러고 난 뒤에는 고참 여죄수가 꺼내주는 죄수복을 받아 사회에서 입고 들어갔던 옷과 바꿔 입었다.

 머리는 빡빡 깎은 데다 누더기 같은 죄수복을 걸치니까 누가 누군지 분간조차도 힘들었다. 신입자들은 순식간에 변해 버린 자신들의 모습 앞에 아연해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옷을 내주던 고참 여죄수는 빨리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보위원)한테 욕을 얻어먹는다면서 불안해했다. 신입자들은 덩달아 겁을 집어먹으며 목욕실을 나와 다시 관리소 사무실 앞으로 걸어갔다.

 사무실 앞에서 한참 떨면서 기다리니까 안에서 또 다른 젊은 보위원이 나와서 신입자들에게 수인번호를 알려 주었다. 성복순은 238번이었다. 그 수인번호가 관리소를 나갈 때까지 이름을 대신한다고 했다. 신입자들은 보위원이 시키는 대로 사무실 복도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윗도리 가슴과 등판에다 수인번호를 꿰맨 뒤 신입자들 방으로 인솔되었다.

 그후 성복순은 신입자들 방에서 14일간 교화소 수용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준칙에 대해 교육받았다. 생활준칙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첫째는 수용자들이 사회에서 큰 죄를 짓고 들어온 죄인들인데도 어버이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배려로 이곳으로 들어와 혁명화 과정을 밟게 되었다는 것을 늘 감사히 생각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므로 수용자들은 늘 수령과 지도자 동지의 높은 권위를 백방으로 옹호 보위하고, 그를 반대하는 어떤 사소한 요소라 할지라도 비타협적으로 목숨 바쳐 투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둘째는 수용자들은 늘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듯 징벌노동에 성실하게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관리소에서 제시하는 일별·월별·분기별 생산계획을 무조건 수행해야만 되고, 국가재산을 자신의 눈동자와 같이 아끼며 오작(불량), 파손시키지 말아야만 되었다. 만약 고의적으로 국가재산을 오작, 파손했을 경우에는 그 어떤 처벌도 달게 받아야만 되었다. 셋째는 입소자들은 관리소 생활이 끝날 때까지 조직생활에 철저히 참가해야만 되었다. 수용자들은 모두 반·조·분조로 움직여야 하며 자기 작업장을 이탈 할 수 없었다. 작업을 할 때는 수용자들간에 잡담·웃음·노래도 주고받을 수 없었다. 보위원이 부를 때는 달려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대답해야 하며, 공동위생수칙을 잘 지켜야만 되었다. 이런 관리소 생활준칙 내용을 학습 받은 뒤에도 위반할 때는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며, 학습 받은 생활준칙 내용은 완전히 암기해 언제 어디서 누가 물어도 그 자리에서 즉시 답변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통달하고 있어야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