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주몽의 아들 비류는 미추홀로 이주해 온 개척자였다. 그러나 물이 짜 농사를 짓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백성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게 되자 그를 부끄러워하여 자결한 원조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이기도 했다.
비류를 자결에 이르게 한 '짠물' 때문이었는지 언제부턴가 '인천은 짜다'고 일컬어져 왔고, '인천사람'은 '인천짠물'이라 불렸다. 일각에서는 그 같은 별호를 심히 불쾌하게 여기기도 했으나 알고 보면 사정은 크게 다르다.
누가 만일 '인천은 싱겁다'든가, '인천맹물'이라고 하면 자긍심을 가질 것인가? 물론 아닐 것이다. 세상의 '맹물'은 물에 물탄 듯하여 개성이 없고, 쉬 썩어 독한 냄새를 풍기며 다른 물까지 상하게 만들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에 비해 짠물은 맹물의 순혈적 집합이 아니라, 세상의 물을 두루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포용과 통합의 물이라는 점에서 크게 차원이 다르고, 그렇게 얻어진 맛[性情]이 맛의 근원이 되는 '짠맛'이 되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짠물'만이 하늘의 눈부신 태양과 신비로운 화학작용을 일으켜 제 스스로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양심의 소금'이 되는 것이니, 그 승화와 헌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것 자체가 외려 어불성설에 가까운 착오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다음달 6일부터 '짠물전'이라는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산뜻한 발상의 전시회라 관람객이 구름처럼 모일 듯싶다. '짠물전'이 인천사람들이 이 나라의 '맹물'이 아니라 '짠물'임을 자랑스레 당당히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짠물'만이 '소금'이 될 수 있다는 대자연의 이치도 새삼 일깨우도록 하자.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