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이번 주 모 주간지는 '해군 작전사령부 왜 부산으로 갔나'라는 특집기사를 싣고 있다. 2007년 선거 직전에 갑자기 해군작전사령부를 진해에서 부산으로, 3함대사령부를 부산에서 목포로 옮긴 사건(?)을 다룬 것이다.
이에 대해 월미도 주둔 2함대사령관을 역임한 안병태 전 해군참모장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두고 호남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직언해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정치(政治)'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국정 횡포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국토방위에 사활이 걸린 군(軍) 사령부 이전 문제에까지 '정치'가 끼어들어 좌지우지했다니 황당하다고 할밖에 없다. 하니, 여타는 불문가지다.

그 '정치적 행위'가 망국적 고질병인 지연(地緣), 혈연(血緣), 학연(學緣)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누구나 개탄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개 위장간판일 뿐, 3연(三緣) 거부를 실천하는 자는 별로 뵈지 않는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3연은 기승을 부린다. 후보자들은 그 동아줄 같은 질긴 연의 끄트머리라도 잡으려고 지키지도 못할 별의별 공약을 남발한다. 한적한 시골구석에 대교(大橋)를 놓겠다는 정도는 이미 고전이 됐다. 그런데 이번엔 '동남권(東南圈)'에 신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상권'을 굳이 그리 지칭한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이 좁아터진 나라에 또 국제공항을 만든다니 지난 정권 때의 '함대사령부' 이전과 거의 다를 게 없다. 호남 '무안공항'에 이어 만년적자 '정치공항(政治空港)'이 하나 더 늘 판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