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교육계 비리의 썩은 속살이 드러났다. 장학사 매관 매직, 학교 시설공사에서 오간 검은 돈, 신흥 입시 명문고로 떠오른 자율고 학생 추천 과정에서도 썩은 냄새가 난다.

드러난 사실이 전부라고 믿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근본적 척결'을 선언했으니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리는 권력이 집중되는 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절대적인 힘에 기대어 더 빨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번 교육계 비리도 원인을 따져 가면 예외 없이 소수의 교육 관료들에게 힘이 집중돼 있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권력의 집중은 권력의 빈곤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에게 권력이 독점되어 있다면 그 만큼 다른 누군가의 권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에서 권력이 비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첫째, 학생들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권력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의 소유물로써의 권력이 아닌 까닭에 학생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권력은 필요하다.

교육에 있어서 학생이 중심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과 서로 소통하며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 학생들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학생인권조례'를 서둘러 제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학부모이다. 다수 국민이기도 한 평범한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학교와 교육청의 담장은 높다.

교육정책에 학부모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형식에 불과할 뿐이다.
간혹 문제가 생겼을 때 학부모가 아닌 '민원인'의 신분으로 교육청과 학교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학부모들 역시 교육 권력 바깥의 존재들이다.

세 번째는 다수의 교사들이다. 교육계에서는 장학사, 장학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평교사로 나이 드는 것을 마치 무능력한 것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교직 문화가 자리잡아 왔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교사들의 보람과 긍지가 대접받지 못하고 마치 피라미드 행정조직의 말단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수직적 관료문화가 대세다. 교사들의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보장되고 민주적으로 토론하면서 학교문화를 일궈가는 수평적인 경험이 우리 교사들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그런 교사들에게 억울하면 승진하라고 말하는 문화가 이번 비리 사건을 낳은 원인이다. 교사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묻고 검토하는 교육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몇 해 전부터 '공무원 반부패 청렴' 선언과 연수에 교사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케 하며 기강을 잡았다. 그런데 '반부패 청렴' 하라고 각종 공문으로 교육현장에 지시했을 교육청이 바로 비리의 온상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터지면 반복하는 엄정한 단속과 기강 잡기가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소수에게 집중된 교육계의 권력을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과 나눠 분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교육계 비리 척결의 더 빠른 길이 될 것이다.

공교육의 주인을 소수에서 다수로 바꾸는 것이 비리 척결의 쉽고 빠른 길이다.
 
/이청연 인천시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