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월동 봉평오가네막국수
봉평서 메밀 직송 … 씹을수록 식감 살아나

들깨가루·김·오이 듬뿍 … 육수와 찰떡궁합

메밀전병 일품 … 수육에 메밀꽃술도 제격




낮 기온이 연일 20도 가까이 오르면서 봄기운이 만연하다. 한 낮엔 가벼운 점퍼마저 덥게만 느껴진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 때가 엊그젠데, 이젠 시원한 무언가가 그립다.
여기저기서 '웰빙'을 외치는 만큼 차가운 것만을 찾아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는 없는 일. 여름철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진 메밀의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미리 찾아보는 게 어떨까.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에 있는 '봉평오가네막국수'는 메밀의 고장 '봉평'의 맛을 그대로 인천으로 옮겨왔다.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메밀음식의 맛을 제대로 내고 싶었던 오미숙(여·53세) 사장은 가게에서 사용하는 메밀가루를 봉평에서 직송받고 있다.
척박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며 불과 석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확이 가능해, 메밀은 예부터 산간지역이 많고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강원도에서 흔히 먹었던 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봉평 메밀은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와 일교차가 큰 환경덕분에 향이 진하기로 소문나 있다.
봉평오가네막국수는 메밀 뿐 아니라 다진 양념으로 사용되는 고춧가루 역시 '대화초'로 유명한 대화 고추만 고집하며 평창에서 직접 배송 받는다. 그것도 가장 맛이 좋다는 2번째와 3번째 수확되는 고추만 선별한다.
맛을 위한 주인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생한 면발을 위해 손님의 주문과 함께 반죽을 시작해 직접 면을 뽑는다. 오 사장은 "덕분에 인천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인터넷 동호인들로부터 메밀국수집들 중 면에 관한 한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집 메밀막국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육수다. 흔히 사골을 우려 낸 물이나 동치미 국물을 사용하는 다른 곳과 달리 느끼하지 않고 단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육수 개발에 공들였다. 일급비밀이라는 이 육수는 들깨·참깨가루와 김, 상큼한 오이와 조화를 이뤄 입맛을 돋운다.
이곳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메밀전병'이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부침개처럼 넓게 편 다음 '만두소'와 비슷한 '속재료'를 얹고 김밥처럼 돌돌 말아 먹는다.
메밀총떡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지역에 따라 소에 신 김치나 무채를 넣기도 하고 기름에 볶는 등 다양하게 요리된다.
봉평오가네막국수 전병은 두부, 당면 등 재료로 한층 풍부한 맛을 내면서도 잘게 썬 무채의 매콤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메밀전병을 매워할 어린 아이들에게는 '메밀부침개'가 제격이다. 전병과 마찬가지로 반죽을 펴고 생 배추와 쪽파를 가지런히 놓아 부쳐내면 배추의 향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쫄깃한 메밀전을 맛 볼 수 있다. 이때 메밀이 종잇장처럼 얇아야 한다는 게 부침개 맛의 비결이다.
1등급 돼지 삼겹살을 오가피, 황기 등의 약재를 넣은 물에 삶아, 기름기는 빼고 영양은 더한 수육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또 달짝지근한 봉평 특산주 '메밀꽃술'과 곁들여 먹는 술안주로 아빠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특히 수육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휴대용 가스버너에 올려 나온다. '내 자식이 먹는 다'는 생각으로 최상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주인의 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메밀전문점의 상차림은 다른 종류의 음식점들에 비해 단출하다. 그런데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무'다.
오 사장은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듯 메밀은 무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라며 "메밀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성분은 인체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바로 이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무가 한다"고 설명했다. "무는 소화를 돕고 장의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메밀은 최근 여러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다량 함유된 '루틴'이 혈관을 강하게 하고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지켜줘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다는 것이다. 췌장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혈액 속 포도당 함량을 크게 낮춰 변비와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스시틴' 성분은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며,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가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메밀의 매력은 약간 거친 듯 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함이다. 특히 냉면과 달리 면이 질기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음식을 먹고 나면 꼭 메밀국수물을 드세요. 루틴 성분이 국수를 삶는 과정에서 물에 녹아들기도 하고 찬 기운의 메밀을 먹었으니 따뜻한 국물로 몸을 다스려 주기 위함입니다."
손님들을 위한 사장님의 마지막 '팁'이다.

/글=심영주 인턴기자·사진=양진수기자 blog.itimes.co.kr/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