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이 큰일을 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빙상 전 종목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니, 사실 꿈만 같던 이야기의 실현이었다.
특히 김연아 선수는 여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석권했는데, 이번에 올린 성적이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세계의 이구동성 극찬이고 보면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지는 아름다운 위업이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미디어들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짜증스럽다. 무슨 방송정책이 저 모양인가 싶기도 하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시청자들 듣기에도 민망한 허언들을 서로 쏟아대니 점입가경이다.
신문도 오십보백보다. 저마다 '메달 순위', '메달 현황' 같은 제목 아래 국가별 메달 숫자를 밝히고는 있지만, 그것 하나도 제멋대로다. 독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 판단에 따른 국명 나열일 뿐이다.
지면이 아까웠던지는 몰라도 A지는 6위, B지는 10위, C지는 6위까지와 중국, 일본, D지는 8위까지 메달 숫자를 밝히고 있었다. 지방지도 대동소이하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금메달을 못 딴 나라는 아예 싣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동메달 1개를 딴 국가까지 모두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비록 자국은 금메달 1개도 못 땄지만 동메달 1개를 획득한 나라까지 다 게재하고 있는 일본신문들의 정보 배려가 대조를 이룬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에 편승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무래도 유치한 일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