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에 비해 산업기반 미흡
지난달 29일 세계적인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영화 촬영지로 인천의 덕적도와 소야도가 물망에 올라 제작팀이 현지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아직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지만 만일 촬영지로 결정된다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영화의 70~80%를 인천에서 찍게 된다. 그런데 과연 스콜세지 감독은 한국이란 작은 나라의 인천, 그 중 덕적도와 소야도를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인천영상위원회'이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지난 2006년 4월에 출범해 8월 사무국을 구성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로케이션 지원강화', '촬영지로서의 인천 발견·홍보', '영상문화도시로의 역량 강화', '영상문화향유권 증대'를 목표로 인천 영상문화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아직 인천의 영상문화산업은 서울과 부산에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제 막 걸음을 떼고 달리려 하는 인천영상위원회와 인천의 영상문화산업의 발전방향을 문화와 산업부분으로 나눠 짚어본다.


▲영화문화
한 도시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전문가보단 문화향유계층인 일반 시민들의 저변이 확충돼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영상문화도 마찬가지다. 영상물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 방식이 다양하면서도 쉬워야 한다.
현재 우리가 영화를 가장 편하게, 자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관객의 입장에서다. 하지만 대부분 몇 개의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상업영화로 한정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천은 '영화공간주안'이라는 예술영화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매우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는 영상 전반에 걸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데, 그것을 해소시켜줄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인천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며 의미를 연구하는 모임이나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좋은 영화를 구별해 내는 안목과 욕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해 영상위원회가 영화평론가들을 초대해 진행하던 영상 강좌마저 없애 전문적인 영상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찾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영상위원회는 "여러 사정으로 폐지했지만 교육프로그램을 재구성해 내년에 다시 개설할 예정"이라며 "영화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갖는 '디렉터스뷰'는 이어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결방안으로 도서관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 개설을 제안하고 있다. 각 구마다 존재하면서 시민들이 가장 쉽게, 많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 도서관을 활용하자는 것. 일주일에 한번 영상을 감상한 후 토론시간을 갖거나 강좌를 수강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관객 외에도 아마추어 제작자로서 영상물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 시민이 영상제작에 참여하는 방법은 보다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발전효과를 가져오지만 전문교육과 기반시설을 필요로 해 적지 않은 자금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인천에서 제대로 된 촬영 장비를 갖추고 연출부터 촬영, 편집 강좌를 운영하는 곳은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한 곳 뿐이다.
제작 시스템을 갖춘 교육시설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 아마추어 영상제작자들은 영상물을 즐길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한 관객이자, 미래 인천영상의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인력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영상제작 참여자로서 영상문화를 이끌어 간다면 인천인권영화제, 여성영화제 등 많은 독립영화제를 비롯한 인천영상문화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산업
지난 3년간 인천을 촬영지로 한 영화들의 증가 추이는 매우 가파르다. 영상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첫 해 로케이션 지원 편수는 31편, 실제 촬영은 5편으로 출발했다. 다음해에는 84편의 지원작 중 27편이 인천을 찾았고 2009년에는 123작품 중 47개의 영화가 인천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택시 드라이버', '디파티드' 등을 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영화제작팀이 로케이션 섭외를 위해 영상위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촬영일이 하루에서 이틀에 그치고 있는 사실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촬영지로서의 인천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공항과 바다, 섬이라는 좋은 장소를 갖추고 서울과의 접근성 또한 뛰어나 인천의 영화산업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인천뿐 아니라 한국의 영화 산업이 많이 침체되어 있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제작사들이 투자자금이 줄어 힘들어 하는 이때,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투자조합을 조성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올해부터 250억여 원 규모의 '영화전문펀드'를 운영한다고 발표한 경기도가 좋은 예이다. 최윤식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투자조합 담당자는 "경기도는 지난 2003년부터 투자조합을 구성해 자금을 확보해 제작을 지원해 왔는데,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고양과 일산을 비롯한 지역에 약 20여개의 제작사들이 이동해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도와 고양시가 20억원씩 공적자금을 내 놓아 더욱 차별화된 영화지원 사업이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화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살려 대외 이미지 만들기에 용이하고 발전 속도와 정비례하게 고용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 또한 이러한 투자조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영주 인턴기자 (블로그)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