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극장가
금년 설엔 극장가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준비, 관객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다. 연휴를 앞둔 11일 헐리우드 액션·스릴러 '울프맨', 프랑스버전 러브 액츄얼리 '유 윌 미스 미', 일본의 미스터리·코미디 '키사라기 미키짱' 등이 일제히 개봉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볼거리의 블록버스터부터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 추운 겨울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사랑이야기까지, 입맛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관으로 가보자.


▲유 윌 미스 미(Je Vais Te Manque)
프랑스 영화 '유 윌 미스 미'는 여러모로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한다.
살아온 과정도, 처한 현실도 다른 세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 방식.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통한 동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스토리 구성에 따른 전해지는 감동과 여운은 더 진하다.
암 선고를 받고 사랑하는 두 딸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줄리아와 왕년에 잘나갔지만 퇴락한 현실에 심술만 늘어가는 작가 앙리의 만남. 늘 백마 탄 왕자님을 그리는 릴라와 이혼 후 시도 때도 없이 맞선을 주선하는 어머니 때문에 골치가 아픈 출판사 편집자 올리비에.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48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막스와 파니.
아만다 스떼르 감독은 옴니버스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단 조금씩 얽히게 만들어 멀티 프롯의 형식을 택했다. 프랑스 대표 문화예술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 터치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경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균형감 있게 표현해 냈다.
프랑스 영화계의 보석 캐롤 부케와 '스모킹, 노 스모킹'으로 세자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삐에르 아르티티의 연기앙상블은 영화의 가장 큰 중심축이다. 스떼르 감독이 줄리아와 앙리를 위해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다는 이들은 풍부한 감성과 진지한 눈빛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작품마다 발랄함과 상큼한 미소로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안느 마리빈과 프랑스의 '휴 그랜트' 패트릭 밀레는 그윽한 눈매와 젠틀한 미소로 로맨틱의 진수를 보여준다. 200여 편이 넘는 필모그래피 쌓은 프랑스 영화계의 '큰 어른' 미쉘 롱스달과 50여년의 연기내공을 지닌 모니크 쇼메트 또한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노년의 사랑을 표현해 내며 영화의 깊이를 더해 준다. 90분. 12세.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
'유 윌 미스 미'가 프랑스판 '러브 액츄얼리'라면 '발렌타인 데이'는 '러브 액츄얼리'의 밸런타인데이 버전이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대표하는 이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 출동했다.
줄리아 로버츠, 제시카 알바, 애쉬튼 커쳐, 앤 해서웨이, 제이미 폭스, 패트릭 뎀시, 토퍼 그레이스, 제시카 비엘, 제니퍼 가너, 브래들리 쿠퍼 등 엔딩 크래딧에 올라가는 출연배우들 목록은 숨차기까지 하다.
19명이나 되는 인물들은 친구, 제자, 할아버지, 스포츠 스타, 홍보담당, 스포츠 기자 등 서로 각별한 관계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10대의 풋풋함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사랑의 관점을 보여주는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사람은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 게리 마샬 감독이다. '두 여인', '귀여운 연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 평생을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온 명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별'들은 한 배에 탔다.
이번 영화는 사상 초유의 캐스팅만큼이나 '친환경' 제작과정은 이목을 끌었다. 재사용이 가능한 세트 구조물과 태양열 발전조명, 부패되는 음식 접시 등은 물론, 배우와 스태프들은 플라스틱 물병대신 스테인리스 물병을 사용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각각 '귀여운 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스타덤에 오른 줄리아 로버츠, 앤 해서웨이와 마샬 감독의 3번째 만남과, 떠오르는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 애쉬튼 커쳐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뤄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5분. 15세.


▲울프맨(The Wolfman)
보름달이 뜨면 나타나는 전설의 존재 '늑대인간'은 1935년 영화로 첫 등장해 그동안 수많은 영화의 단골소재였다. 2010년 할리우드의 첫 블록버스터의 포문도 이 늑대인간이 연다.
배우 로렌스(베네치오 델 토로)는 형의 실종소식 접하고 아버지(안소니 홉킨스)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형은 그 사이 시체로 발견되고, 형의 약혼녀인 그웬(에밀리 블런트)과 사건을 조사하던 중 괴수의 습격으로 의식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로렌스는 어느 순간 몸의 변화를 느끼고, 이윽고 보름달이 뜨자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영화는 시선을 압도하는 스케일, 스펙터클한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킨다. 보다 사실적인 느낌을 위해 제작진은 실제 동물의 이빨로 만든 틀니와 배우의 몸을 본떠 야크(소의 일종)털을 하나하나 옮겨 심어 완성한 전신 수트를 사용했다.
여기에 CGI(전자 애니메이션 테크닉)를 결합해 울프맨의 변신 모습과 빠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영상화했다. 어디까지가 분장이고 어디서부터 특수효과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비주얼은 그동안의 늑대인간 관련 영화들과 비교를 불가 한다. 뿐만 아니라 차갑게 빛나는 보름달과 19세기의 황량한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배경은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더욱 더 몰입시킨다.
멋진 귀족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야성적이고 본능적인 울프맨. 두 가지 상반된 캐릭터를 열연한 베네치오 델 토로는 '체' 시리즈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제작진들로부터 '연기하는 동물'이라 불리며 분노·사랑·두려움을 넘나드는 울프맨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안소니 홉킨스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아버지를 연기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102분. 청소년관람불가.


▲키사라기 미키짱(キサラギ)
'키사라기 미키짱'은 숨겨진 비밀을 코믹하게 파해 치는 서스펜스 코미디 영화다.
최고 인기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가 자살 한지 1년 후, 5명의 '오타쿠' 팬들은 미키를 추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미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야기하는 도중, 5명 모두 미키와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릴 적 남자친구, 단골 팬시점 직원, 심지어 아버지까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모를 드러내는 미키의 죽음.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코자와 료타가 2003년, 당시 일본에서 화제가 됐던 아이돌 오타쿠를 소재로 해 연극용 각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코미디 안의 미스터리로, 최후에 놀라운 결말을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를 찾던 프로듀서 노마 스미에로 인해 영화화 됐다.
영화 속에 어둡고 음침한 오타쿠는 없다. "손에 닿지 않는 한 대상을, 상대적인 반응이나 관계없이 열심히 응원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라고 말하는 코자와는 5명의 오타쿠들이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가 변해가고, 뜨거운 우정의 감정이 싹트기도 하는 모습을 그린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꽃보다 남자'의 오구리 ??, '노다메 칸타빌레'의 코이데 케이스케, '춤추는 대수사선', '냉정과 열정사이'의 유스케 산타마리아의 연기를 2시간 내내 볼 수 있다.
2007년 일본 개봉 당시 단관 개봉으로 4억 엔의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제31회 일본아카데미' 우수작품상과 '제50회 블루리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2008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매진사례를 기록,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8분. 12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햄버거 비, 치킨 우박, 아이스크림 눈, 스파게티 폭풍…. 영화사상 최초의 음식재난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먹을 거라곤 정어리 밖에 없는 작은 섬 '꿀꺽퐁당'의 과학자 플린트는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수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한다. 하지만 실험도중 기계가 하늘로 날아가고, 마을에는 햄버거 비를 시작으로 매일 하늘에서 음식들이 내려온다.
하지만 점점 욕심을 내는 사람들과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시장 때문에 집채만 한 팬케이크, 사람만한 핫도그 비가 내리는 등 마을은 순식간에 재난 상황을 맞는다.
영화는 30년 동안 사랑 받아온 30쪽짜리 스테디셀러를 90여분의 3D영상으로 탈바꿈시켰다. 권위 있는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영화의 신선도를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인 86%로 평가하며 "애니메이션 상상력과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작품"이라고 말했다. 각 언론들도 '재난'이라는 장르를 위트 있게 풀어낸 솜씨와 현란한 영상은 '2012'를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호평에 이어 전미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달리며 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환상적인 3D 시각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제작진 또한 환상적인 팀으로 구성했다. '인디펜던스 데이', '스튜어트 리틀'의 롭 브레도우가 시각효과를 맡았고, '폴라 익스프레스', '서핑업'의 대니얼 크레이머는 음식의 재료를 컴퓨터로 하나하나 만드는 세밀한 작업으로 디지털 기술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수효과의 SPI팀은 '스파이더 맨', '핸콕', '2012' 등을 만들어 내며 특수효과부분 최고 실력을 선보여 왔다. 90분. 전체.

/심영주 인턴기자 blog.itimes.co.kr/yj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