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객사(客舍)였다. 아펜젤러가 묵었던 것으로도 유명한 그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더라면 관광자원으로서 크게 빛을 보았을 터인데 1978년6월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인천시문화재위원회에서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부랴부랴 부순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그 공터에는 눈비만 처량하게 흩날리고 있다.
조양상선(주) 인천지점 건물도 아름답기로는 '대불호텔' 못지않았다. 문외한도 첫눈에 반할 만한 건축미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 역시 문화재 지정소문이 나돌자마자 일주일도 채 안 돼 철거를 당하는 비운을 맞고 말았다.
한동안 빈터였던 곳에 들어선 것은 정작 건축미와는 거리가 먼 '동인천등기소'였다. 그 후 조양상선(주)는 2001년에 파산했다. 결국 창업 40년도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철거해 버린 고건축물과 운명을 같이 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인천의 근대문화재들을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진다. 존스턴별장, 오례당, 소월미도 등대, 송림초등학교….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날을 증언하고 있는 '소래철교'를 없애겠다고 국가기관이 나섰단 소식이다.
폐일언하고, 선진국 같으면 물어보나 마나 '보존 방안 강구'다. 헐어버린다고 해 봤자 갯골 저편의 을씨년스런 고층아파트만이 제 '영광'을 뽐낼 풍경인데, 그 추억이며 풍속이며 역사를 일거에 차디찬 바닷물에 수장시키겠다니 문화의식 수준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후진적 문화유산 철거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객원논설위원